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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국가 방역망

지금 대한민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충격을 넘어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보건당국의 대응 매뉴얼 미흡, 국가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인해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가족과 외식을 하고 1500여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총회와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잇달아 참석했다가 뒤늦게 격리조치 됐다. 이 의사를 감염시킨 2차 감염 환자는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순창에선 70대 여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빠졌다. 이 여성은 메르스 최초 환자와 같이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 후 격리통보를 받았으나 임의로 순창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 문안을 왔던 아들은 이미 지난달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만약 이 여성과 접촉했다 격리 조치된 160여명에 달하는 의료진과 병원 환자 동네주민 가운데 새로 감염자가 나온다면 무차별적인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된다.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에선 뒤늦게서야 첫 집단 발병지인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하고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은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 2003년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때 체계적인 대응과는 너무 판이하다. 사스 사태 땐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고건 총리가 범정부대책기구를 진두지휘하며 빈틈없는 방역체계로 막아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8400여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810여명이 사망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3명만 나왔을 뿐이었다. 국가 위기 대응체계가 왜 이렇게 허술해졌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도 지난해 4월과 5월 인디애나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2명의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조기 통제됐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거나 의심되면 접촉이든 공기를 통했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태세에 나선다. 매뉴얼에 따라 환자 뿐만 아니라 병실 공기 관리까지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메르스 사태 확산을 자초했다.

 

메르스의 본산인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차관은 “절대 확진 때 까지 기다리지 말고 의심 단계에 있는 사람들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조언했다. 이제라도 범정부차원의 컨트롤 타워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국가 방역망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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