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대표는 임기 1년이고, 복잡한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물러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최근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놓고 청와대와 정면 충돌한 유 원내대표가 권력에 등떼밀려 퇴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번 사태는 분명 정당정치는 물론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총을 열었다. 안건은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건이었고, 격론 끝에 표결없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로 결론이 났다. 김무성 대표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유 원내대표는 곧바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가 침탈된 이번 사태의 결말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최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 사죄했다. 그리고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 왔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를 끝까지 던지지 않았던 것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삼권분립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과거 군부독재시대도 아닌 21세기 민주국가에서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고 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즉각 패거리가 돼 자신들이 직접 뽑은 원내대표를 비난하고 결국 쫓아냈다. 이번 유승민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당한 행정부 견제 행위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됐지,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제식구를 즉각 내치는데 앞장설 일은 아니었다. 이를 성실히 수행한 여당의 행위는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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