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국에서 독특한 버스가 등장했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버스는 차량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호피무늬를 씌운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 시내버스다. 주저우시는 해당 브랜드와 상관없이 시의 이미지를 젊고 활력이 넘치도록 기발하게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해명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에서 명품 로고를 차용한 짝퉁이 ‘명품버스’라는 이름으로 대중교통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중국의 황당한 명품버스 이야기와 달리 진짜 명품버스가 전주의 관광명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처음 운행에 들어간 4대의 명품버스는 빨간색 옷을 입었다. 국내에서 일부 열차와 비행기, 관광버스, 광역 노선버스 등이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으나 시내버스에 빨간색을 입힌 사례는 전주가 처음이다. 기존 시내버스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빨간색 시내버스만으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다.
전주시내 주요 관광지를 운영하는 명품버스의 외부는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형태로 디자인됐고, 야간에 불을 밝힐 수 있는 LED조명이 설치됐다. 내부에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캐리어(여행가방) 보관함이 설치됐고, 야간 운행 중에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버스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투명창과 안내용 모니터가 있다고 한다.
전주의 명품버스가 지난주부터 ‘1000’번을 달고 신규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신규 노선은 이전의 김제 모악산을 빼고 치명자산을 새로 포함시켜 전주동물원에서~전주역~시외·고속버스터미널~중앙시장, 한옥마을~치명자산을 경유하는 코스로 짜였다. 기존 ‘79’번(친구) 대신 ‘1000’번 노선을 만들어 명품버스를 투입한 것은 전주의 1000년 역사를 상징하며, 전주의 대표 브랜드인 한옥마을의 1000만 관광객 유치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전주형 시티투어 버스는 일단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낸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명품버스 몇 대로 명품도시가 만들어질 수 없다. 명품 콘텐츠가 뒷받침 될 때 명품버스도 빛을 더 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중국의 짝퉁 ‘명품버스’와 같은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눈에 띄는 색깔과 몇몇 편리한 기능을 갖춘 것만으로는 전주의 명품버스라고 자랑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전주시의 훙보와 달리 명품버스 디자인에서 한옥마을의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버스 자체에 전주다움이 없다면 아무리 명품버스라고 해도 전주의 명품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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