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자치단체의 마을공동체 사업도 흥을 돋우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화마을, 녹색체험마을, 자연생태마을, 마을기업 등 여러 종류의 마을살리기 정책들이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둔다. 농촌마을의 고령화 속에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농촌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귀농귀촌으로 편입한 세대와 기존 마을 주민들간 문화적 이질감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난 주말 완주군 용진읍 용교마을에서 열린 ‘꽃동리 음악회’를 다녀왔다. 이은희 전북대 음악과 교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동네 주민과 지인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10년 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이 교수는 2~3년에 한 번씩 이런 자리로 이웃과 소통했다. 이번이 5번째란다. 음악회는 전문 연주단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민요공연단, 전북대 교수합창단, 음악과 제자들의 무대로 꾸려졌다. 클래식 연주와 가곡, 민요, 합창 등에 이어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보리밭’을 다함께 부르는 것으로 2시간의 음악회는 끝을 맺었다.
이날 음악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뽕짝의 만남이었다. 서울 필은 20여년 역사에 200회 가까운 정기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는 정통 교향악단으로, 개인이 마련한 마을 음악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파격이다. 여기에 마을 주민이 부른 대중가요 ‘안동역’반주까지 흔연스럽게 맡았다. 음악회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분위기 속에 ‘안동역’은 백미였다. 참석자들을 모두 유쾌한 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하나가 했다.
이 교수는 “누군지 몰라도 집 앞에 상추를 갖다놓았던 이웃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했고, 강장심 이장은 “마을에 이런 음악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마을을 살찌우는 것은 수익만이 전부가 아니다. 귀촌한 인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런 사례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클래식과 뽕짝의 만남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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