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원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선거 때 워낙 정의원이 크게 혼나면서 당선된 탓인지 많이 겸손하고 진솔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말 잘하던 정의원이 무척 말을 아끼고 삼간다. 듣는 형으로 바뀐 것 같다. 그간 고향 순창에서 씨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정치의 무상함을 깨달아서일까 아니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남을 나이가 넘어서일까. 외견상으로는 예전과 달리 많이 변해 있다. 전주시민과 도민들이 정동영 때문에 밤잠 설치며 고민을 많이 했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서 더 키워야 할지 아니면 매정하게 떨어뜨려야 할지를 놓고 찬반이 분분했다.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그의 당선을 장담 못했다. 후배 김성주 의원에 대한 미련을 쉽게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에 인후동 모래내 시장 쪽에서 당선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구세주처럼 그를 살려 놓았다.
정의원 만큼 이번 선거에서 애증이 갈린 의원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주시민들이 그간 선거에서 너무나 그를 사랑한 나머지 전폭적으로 밀어줬기 때문이다. 전국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겨준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친노들의 미움을 샀든지 간에 그가 대선 낙선 이후 보인 갈지자 행보는 지지자들을 너무도 크게 실망시켰다. 대선 낙선 이후 그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게 되자 그에게 대선 후보에게 통상적으로 생기는 조급증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 당시 참고 견디며 후일을 기약했어야 옳았지만 이를 참지 못하고 다시 선거판에 쉽게 뛰어든 게 패착이었다. 그것은 정치를 쉽게한 사람이 겪는 업보일 것이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고향에서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끝장 나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선거 때 그는 말 보다는 스킨십에 더 신경을 썼다. 지난날 자신이 지은 업보 때문에 몸 낮추기로 선거운동을 끝마쳤다. ‘미워도 다시한번’이란 겸손 모드가 그를 살려낸 동력으로 작용했다.
본인이 정계 입문시켰던 수족들마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는 방송국에서 마이크 잡고 앵커하는 것과 정치 하는 것 이외에는 잘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아무리 정치를 잘 하겠다고 강조해도 그의 역할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그의 출마를 호구지책용 아니냐는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선거가 끝나자 최근들어 전주시내에는 ‘그가 앞으로 지사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관측한 사람도 있다. 그 자신이 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당 출신이 7명이나 당선돼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정치가 생물이라서 어떻게 변해갈 줄은 모르지만 만약 지사 선거에 나선다면 반칙이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정동영 정치는 위선이요 끝장이다. 정동영 정치의 부활을 기대할 뿐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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