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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와 여름 징역

잠을 설쳤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열대야의 폭거(?) 탓이다. 여름은 더워야 제격이라지만, 일상을 무너뜨리기 일쑤인 폭염은 아무래도 반갑지 않다. 이즈음이면 고 신영복 교수의 ‘여름징역’이야기가 떠오른다. ‘여름징역’은 10년 전쯤 인터뷰할 때 신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그가 옥중에서 세상으로 내보낸 편지(그의 명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들어 있는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로부터 들은 여름징역살이는 이렇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에요.”

 

이야기를 더하자면 신 교수는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이며,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털어놓는다.

 

돌아보면 감옥안의 ‘여름징역’처럼 세상 도처에서 인간에 대한 증오와 갈등이 일상이 되어 삶을 위협하고 있다. 신 교수의 지적처럼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은 논란과 주장의 팽팽한 대립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고뇌에 빠져있다.

 

갈등과 증오를 치유하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갈등의 이유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하고 봉합하려는 노력에 앞서 무슨 병인가를 밝혀내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정파 간 입장 차이나 자본가와 노동가의 대립, 보혁대립, 냉전논리 등이 현재 우리사회의 모순구조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은폐된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뿌리를 드러내야 하지요.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치유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주목했던 그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서로를 일으켜 더불어 살려는 사람,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더불어 체온을 느끼고 함께 사람다운 삶을 애써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것이 희망입니다.’

 

여름이다. 우리는 여름징역살이로부터 자유로운가.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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