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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 지키기

세계적인 조각가 야스다 칸(安田侃)의 고향은 홋카이도의 비바이다. 비바이는 50년대까지만 해도 탄광도시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이시카리탄전에 속해 있는 비바이탄광은 미쓰비시광업이나 미쓰이광산과 같은 대규모 탄광을 비롯해 크고 작은 탄광이 몰려 전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에너지가 석유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는 광산이 늘어나기 시작, 탄광도시는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

 

이곳에 세계의 예술애호가들이 주목하는 공간이 있다.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다. 이곳은 애초 폐교였다. 한때 인구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던 비바이는 폐광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도 자연히 문을 닫게 됐다. 비바이시는 이 지역 출신인 야스다 칸에게 1981년 폐교된 이 학교에 아틀리에를 조성해 줄 것을 제안했다. 탄광도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풍경과 그곳에서 놀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이곳에 만들겠다’고 결심한 야스다에게 ‘아르테 피아차’는 필생 사업이 되었다.

 

1992년 문을 열었을 때 야스다의 작품은 세 점이 전부.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40여점 작품이 전시장으로 변신한 낡은 공간과 7만 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자연 속 공간에 놓여있다. 모두가 공간을 위해 제작되어 하나둘씩 더해진 것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이 보고 만져보면서 그 느낌을 소중히 간직하고 마음을 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아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는 ‘아르테 피아차’는 거대한 야외조각공원과도 같다. 공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과 낡은 공간의 조화는 더욱 큰 감동이다. 야스다는 왜 ‘아르테 피아차’를 필생사업으로 삼았을까.

 

“이탈리아인은 2,000년도 전에 만들어진 것에서 영감을 얻어 1,000년 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거리에 조각을 설치한다. 홋카이도 유수의 탄광도시로서 번창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구 초등학교 교사나 탄광주택가가 있던 자리를 아트작품으로 재생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과거에서 계승되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고, 자기를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공간이다. 그런 장소가 지금 일본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 때문이라도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앞으로 몇백년이 지나도 보존되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를 보면서 우리의 수많은 폐교의 변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고향지키기가 부럽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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