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무더위를 삼키고 있다. 어디 무더위뿐이랴. 사드·김영란법·여야 전당대회·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등 국내 각종 이슈들이 올림픽 블랙홀로 쏙 들어갔다. 우리는 왜 올림픽에 그리 열광할까. 기본적으로 승부의 세계는 짜릿하다. 승부에 이해가 얽힐 경우 그 강도는 더하다. 올림픽 경기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승부의 장이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곳마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쥘 때다. 개막과 함께 한국 남자 양궁 트리오가 첫 금메달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우승 뒤에는 하루 600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는 선수들의 뒷이야기가 감동을 더한다. 한국 여자 양궁 또한 단체전에서 8연패를 기록하는 위업을 이뤘다.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3번째 대기록이란다.
올림픽의 감동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만 있지 않다. 성적을 떠나 악조건을 딛고 당당하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인간승리가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난민들이 대표팀을 꾸렸다는 게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 할 뻔했던 나이지리아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일본과 스웨덴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런 감동의 스토리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런 감동을 지켜보면서 전북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올림픽 때면 으레 전북 출신 선수들의 고향을 찾아 TV로 중계되는 경기를 응원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의 모습을 스케치 기사로 담곤 했다. 84년 LA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으로 첫 금메달을 땄던 레슬링의 유인탁과 복싱의 신준섭을 시작으로, 이후 전북은 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했다. 전주 출신의 박주봉은 올림픽을 통해 ‘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고, 진안 출신의 역도 금메달리스트 전병관에게는 ‘작은 거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전주에 유인탁 체육관, 남원에 신준섭 복싱체육관, 익산에 김동문 배드민턴체육관이 세워졌다. 올림픽이 준 선물들이었다.
올림픽을 지나치게 정치적 혹은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많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감동적인 드라마다. 국민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다. 기왕이면 전북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감동 드라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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