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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광부와 최순실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은 요즘 관광명소가 됐다.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독일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하도록 조성된 곳이 남해 독일마을이다. 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 빨간 지붕에 하얀 벽돌의 전통적인 독일 양식의 주택, 부인의 나라에서 여생을 함께 할 각오로 한국에 온 파란 눈의 독일인 등이 어우러져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특화된 관광지다.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모태로 한 10월 맥주축제가 독일마을의 브랜드로 떠올랐다.

 

전북에서도 재독교포들을 위한 독일촌 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과 무주군이 2003년도 적상면 일대에 독일의 한적한 농촌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독일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재독교포들을 위한 30세대의 주택을 만들고, 무주 특산품인 머루주를 독일 와인식으로 개발하며, 독일 관련 문화테마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남해와 달리 무주계획은 이후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무주 독일촌 건설계획은 당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으로 있던 김제 출신의 백영훈 박사가 주도했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입안했던 백 박사는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서독 정부의 원조가 필요했고, 한국의 독일박사 1호인 그가 서독경제협력단 일원으로 파견됐다. 그러나 해외신인도가 낮았던 한국에 상업차관이 순탄하지 못했다. 차관 조건으로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 파견을 제안해 성사시킨 주인공이 바로 백 박사였다. 독일의 원조와 독일로 간 2만여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이국만리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한국의 발전과 그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산 이들에게 최근 독일을 무대로 펼치는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승마놀이’는 깊은 절망감을 줄 것 같다. 힘든 노동에도 근검절약으로 고국에 해마다 5000만 달러의 거액을 송금했던 산업일꾼들의 역사는 출처도 알쏭당쏭한 돈을 펑펑 써댄 두 모녀에게는 딴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던 백 박사가 독일에서 쌓은 공적과 이미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각종 비리 의혹에 얽힌 최씨에 의해 허물어진 것도 아이러니다.

 

반세기 세월 속에 이제는 하얀 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파독 광부·간호사 30여명의 최근 전주 방문이 그래서 더 먹먹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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