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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12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 모인 인파가 100만 명을 넘었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70·80 노인까지, 저 멀리 제주도에서 전라·경상·충청도를 지나 강원도까지, 노동자·농민으로부터 사무직과 공무원까지, 민심의 불길이 활활 타 올랐다. 나이와 지역과 정치성향은 달라도, 한 데 모이니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중한 동지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제 대통령이 갈 길은 정해진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민심의 물결은 어느 누구도 막거나 거스를 수 없다. 옛말에도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맹자도 진심편에서 “백성이 중하고 사직(社稷)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물며 왕권 시절에 살았던 맹자도 백성들의 민심에 비하면 사직(정부)도 군주(대통령)도 하찮은 것이라고 했으니,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을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정작 걱정은 소위 위정자들의 태도에 믿음이 안 간다는데 있다. 내 논에 물대기식으로 민심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 마음은 이미 대선에 가 있고, 눈알을 굴리고 주판을 튕기느라 여념이 없다. 자기들끼리의 약속을 뒤집는 것도 손쉽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 통치권의 소유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하찮은 문제인지도 모른다. 흙수저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만리장성 스펙을 쌓고서도 매번 노력이 배신해 장미족(장기 미취업자)과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헬조선의 저주받은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시위장에 나와서 손에 촛불을 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큰 사냥에 나선 사냥꾼들은 사냥감이 잡히기 전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당장 눈앞의 공명심에 눈이 멀어 대오를 흩뜨린다면, 거꾸로 사냥을 당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대선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얄팍한 공적쌓기로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 보다는 우선 눈앞의 목표에 충실하면서 우리의 미래 정치사회 구조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밑그림을 국민들에게 제시한 뒤 검증받고 인정받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도 똑같은 x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성원 논설위원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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