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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또는 그야말로 우연히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몇마디 대화로 끝나는 인연도 많지만 함께 식사하고, 술마시고, 운동하고, 일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인연이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악연이 되기도 한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이 환관 조고와 맺은 악연은 통일제국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 삼성그룹을 일군 이병철씨가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관상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처럼, 새로 인연을 맺게 될 상대방의 심성을 알고자 하는 것은 만약의 악연으로 인해 다 된 밥에 재 뿌릴까 두려운 탓이다.

 

지역과 기업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현대중공업이 무려 1조4600억 원을 투자해 군산에 조선소를 지은 것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당시 전북도 등은 현대중공업을 향해 마치 007작전을 수행하듯이 뛰었다. 무려 60고초려를 한 끝에 군산조선소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전북 관계자들의 노고가 컸고, 중대한 결정을 해 준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예상대로 됐다. 군산조선소가 가동되면서 군산 등 전북지역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훈풍이었다. 2012년부터 연간 10척 이상이 군산에서 건조됐다. 연매출 1조2000억 원, 고용인력 5500여 명의 공룡으로 자랐다. 군산조선소가 전북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9%(군산수출의 19.4%)나 됐다. 수백억 원이 군산에 흘러들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군산조선소 철수를 시작하면서 군산은 살풍경이 됐다. 단체장과 정치인, 경제인, 시민 등이 거리로 나서 조선소 존치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몽준 대주주의 서울 저택 앞에서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안방 울산에서도 곤혹스런 처지에 있다. 지난해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분할’을 결정하고 오는 27일 주총에서 처리할 예정인데, 노조와 울산시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업분할을 통해 비조선분야 사업장과 분사를 울산 외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서비스, 로봇사업부, 그린에너지 부문을 부산과 충북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사업분할시 울산에 조선해양이 남는다면 군산 조선소 존치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건설장비 등 타사업부문이 올까.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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