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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우수 경칩이 지나서 따뜻한 봄 날씨가 계속되더니, 갑작스레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서 이른 봄철에 찾아오는 추위다. 이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고 한다. ‘꾸다’는 남의 것을 일시적으로 빌리는 것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꽃샘추위에 설늙은이가 죽는다’는 말도 있다. 설늙은이는 밥이 설익은 것처럼 나이가 많지 않은 어중간한 노인인데, 봄기운에 들떠서 섣부르게 나섰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런데 꽃샘추위가 마냥 귀찮고 쓸데없는 것만은 아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나태해진 마음에 긴장감을 살짝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한 두 번의 바람이야 더 불겠지만, 우리에게는 꽃샘추위를 이겨낼 힘이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 겨울은 얼마나 길고 힘들었던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비롯돼 끝도 없이 이어진 주말 촛불집회. 매서운 바람 끝에 맞서며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박수치며 공감했고, 수많은 사연들로 광장을 채우며 봄을 열망했다.

 

국민들의 봄을 시샘하고 미워하며 ‘꾸어서 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보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야구방망이로 설치고 헌법재판관의 신상을 까발리며 태극기 뒤에 숨어 난동을 일삼기도 했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서워도 봄을 몰아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사소하고 의미없는 마지막 발버둥일 뿐이다.

 

헌재가 곧 대통령 탄핵에 대해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일부에서는 판결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꽃샘추위는 시간이 흐르면 점차 소멸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이제 차분히 봄을 기다리며, 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따뜻할 것이라고 한다. 때마침 호남제일문에서 전북일보가 주최하는 도민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오는 5월 20일 전주에서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과 6월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다. 도민의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이 대회에 이제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있을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가 격려하는 자리가 했으면 한다. 많은 도민들이 함께하며 맘껏 즐겼으면 한다.

 

이성원 논설위원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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