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진 작업을 하면서 촬영 순간의 여건, 사진가의 느낌 등을 매우 중시했다. 카메라는 사진가 눈의 연장이고, 촬영 순간의 모든 것들을 중시하여 어떠한 조작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빛으로 촬영하는 것을 고집했고, 트리밍 조차 불허할 만큼 사실에 엄격했다.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은 가문의 풍부한 자본력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08년생인 브레송은 대학 진학에 실패, 결국 저명 미술가의 개인지도를 2년간 받으며 예술가로 성장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22세이던 1931년에는 아프리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1932년에는 신형 ‘라이카’ 소형카메라를 구입해 언제 어디서든 대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결정적 순간 포착이 한층 쉬워졌다. 그는 사진집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라이카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 되어 그것을 발견한 뒤로는 한시도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나는 삶을 ‘포착’하겠다고, 즉 살아가는 행위 속에서의 삶을 간직하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숨 막히는 듯 한 느낌을 맛보며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는 채비를 갖추고 온종일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어쩌면 세계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브레송이나 카파 등 저명 사진작가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쯤의 산과 들, 바다, 거리, 전쟁터 등을 ‘헤매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자 할 것이다. 자연의 빛 속에 노출된 대상은 작가의 뇌리를 스치는 찰나의 구도에 맞춰지고, 작가의 느낌과 손가락 끝이 일치하며 셔터가 눌러지면 모든 것은 끝난다.
2012년과 2014년 전주의 도시개발 역사를 카메라에 담아 사진집과 전시로 대중에게 다가섰던 허성철 사진작가가 이번엔 사진과 그림을 결합한 작품들을 모아 ‘색을 해석하다’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전주우진문화공간에서 열고 있다. 그의 이번 작품들은 자연 그대로의 사진이 아니다. 그림과 사진을 디지털 작업으로 합성해 완성한 ’포토페인팅’이다. 브레송의 작품처럼 사실적이지 않지만, 한지 위에 펼쳐진 또 다른 아름다움이 보인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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