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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의 덫

무릇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 세상살이다. 기쁜 일만 있어야 하겠지만, 살다 보면 마가 끼고, 불운이 생긴다.

 

사면초가에 처한 항우의 진영에서 우미인가가 흐른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지경인데, 시운이 불리해 말도 달리지 않으니, 애통하구나 우미인 그대를 어찌할꼬. 항우는 패하여 죽고, 우미인은 자결했다. 한 때 하늘 찌르던 초패왕의 기개는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김제의 한 장인 이야기다. 그는 전통창호에 매진했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심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 1월6일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9호 목가구(전통창호)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장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은 4개월만에 취소됐다. 그가 무형문화재 지정일인 1월6일 이전인 2016년 12월28일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비록 보유자 지정이 취소돼 안타깝게 됐지만, 고인은 누가 뭐라해도 전통창호의 맥을 지켜온 장인이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20년 가까이 전북무형문화재 판소리(흥보가) 보유자로 활동해 온 이모씨는 지난 4월 무형문화재 인정이 해제됐다. 이씨가 전주대사습놀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심사와 관련하여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대중의 사랑도 한껏 받았던 인기 소리꾼 조모씨가 심사 비리 때문에 무형문화재를 박탈당한 전철을 이씨가 밟은 것이다. 이씨 사건으로 촉발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내홍은 최근에야 가닥이 잡혔다.

 

전북현대축구단은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 축구팬 등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성원 등에 힘입어 컵대회 우승 등 좋은 성적을 내 왔다. 하지만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해당 스카우터가 지난달 자살했다. 나라 전체를 들썩거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만 큰 사건이 아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가 엊그제 ‘오자’ 논란이 된 대상 작품에 대한 수상 결정을 취소했다. 해당 작가가 오자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불구, 대상 결정을 밀어붙이고 언론 지적도 무시하더니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다. 어쨌든, 주최측이 ‘오자’의 치명성에 중독돼 시비 가리기를 포기했던 건 심히 유감이다. 전라북도기능경기대회를 비롯, 시·군과 단체 등에서 치르는 수많은 공개 행사의 심사를 심사위원과 주최측이 ‘우리끼리만 합의하면 돼’ 하고 작당한다면, 그건 자살행위다. 전북도와 시·군, 단체 등은 지금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점검할 일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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