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얘기지만 이 사례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사람이 자부심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내세우고 싶지 않은게 인지상정임을 보여준다.
요즘 전북의 상황이 꼭 그렇다. 과거엔 전북 모임에 잘 나오지도 않던 사람들이 요즘엔 앞장서 고향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전북에 뿌리를 둔 출향인사들 중에는 굳이 고향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일부러 자신의 뿌리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구태여 내세우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소외와 핍박을 받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생존방식을 그렇게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사람들중 뿌리가 그곳인 사람은 10명중 채 3명도 되지 않는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등지에서 배움터나 일터를 찾아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서울 중심의 사고가 일상에 깊이 배어있는 사람들은 지방과 지역에 대한 심리적 우월성,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산을 일컬어 ‘시골’이라 하는 판이니 무주, 진안, 장수를 포함한 전북을 어떻게 볼것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에서 따왔고,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의 앞글자를 따왔다는 말이 이들에게는 머나먼 조선시대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혁신도시’가 바야흐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단초는 마련됐고, 앞으로 얼마나 갖추는가 하는게 관건이다. 전북의 경우 한국식품연구원이 어제 전북혁신도시로 이사하면서 12개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했다.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말처럼 최고 살기좋은 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힘들겠지만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혁신도시는 날로 달라지고 있다.
전라도의 대명사였던 나주 또한 요즘 상전벽해를 경험중이다. 나주하면 곰탕으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원조인 ‘하얀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주 곰탕은 다른 지역과 달리 뼈가 아닌 살코기를 우려내서 먹는 거라 국물이 맑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엔 이것 한그릇 먹으려면 한두시간 기다리는건 예사라고 한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나주에 한전을 필두로 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나타난 나주혁신도시의 요즘 모습이다.
전북혁신도시의 중심인 만성동(萬成洞)의 지명은 만명이 살수있는 번창하는 곳이란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전주, 나주가 제2의 전라도 시대를 열어갈지 주목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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