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가르침이 있다. 종교는 그 중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일컫는다. 유교든, 불교든, 원불교든, 천도교 혹은 증산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대부분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르침의 근본과 지향은 악이 아닌 선이다. 다툼이 아닌 화해와 화합이다. 이기적인 것이 아닌 이타적인 행동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의 종교는 수천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인간계의 숱한 전쟁과 평화, 미움과 화합, 탐욕과 나눔 등 사례들이 부정이 아닌 긍적 쪽으로 체계화 된 걸작품이다. 인간사회의 반사회적 악행을 거부하고, 선을 추구한다. 잘 다듬어진 인간 행복 안내서다.
그러나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고 인간이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황금지도라도 찾겠다는 듯 집중하는 인간이 많다. 그 덕분에 종교는 동서고금으로 터질 듯 팽창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손가락 끝이 아닌, 달을 바라보고 웃는다면 종교며 법이 존재라도 하겠는가.
지난해 9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대한민국 사회가 부정부패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보름달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적 염원을 담고 출발했다. 혈연·지연·학연이라는 네트워크가 돈으로 매매되고, 그 거래 관계 속에서 산해진미가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지고,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는 꼴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공감대다. 한국사회학회가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89.4%가 청탁금지법 효과에 공감했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3·5·10 조항이 화훼, 축산 등 일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지난 28일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등 저간 사정이 있음에도 정부가 앞서 해결하려다 돌멩이에 걸린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손질하면 뭐가 남을까 싶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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