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화산체육관 앞에 있는 무주·전주 동계U대회 기념비에 새겨진 비문 전문이다. 기념비는 동계U대회를 치른 후 그 해 말 세워졌다.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이 쓴 이 비문만으로도 당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갖는 의미를 잘 살필 수 있다.
실제 전주·무주 동계U대회는 국내 스포츠사적으로도 기억될 만한 대회였다. 젊은이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대회 첫 국내 개최라는 수사에 그치지 않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계기를 만든 게 바로 무주·전주 동계U대회였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이 대회에서 싹을 틔웠다. 전북도가 U대회 기간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설 것을 선언했고, 이듬해 김운용 당시 KOC위원장·이건희 IOC위원 등 각계 인사들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렸다.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꿈도 못 꿨거나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동계U대회의 영향은 더욱 컸다. 무주리조트에 스키장 등이 대거 들어섰고, 전주에 국제규격의 빙상장을 갖추면서 동계스포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여름철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호사스러움도 그 덕이다. 비록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으나 그 대신 무주에 태권도원을 유치하는 데 도움도 줬다. 대회 규격에 맞는 시설을 갖추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었고, 국내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 대회 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던 향토기업 쌍방울이 대회 직후 부도로 무너진 것 또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기억하는 역사다.
국내 스포츠사적으로나 지역사회 측면에서 이렇게 큰 울림을 줬던 동계U대회가 기념비의 비문이 희미해진 만큼이나 쉽사리 잊히는 게 아쉽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으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묻힌 채 관련 기념행사 하나 없이 지나가고 있다. 대형 이벤트를 새로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중요한 자산으로 지나간 역사를 기념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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