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는 전통으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즐기며 오늘의 문화로 다시 살려낸 축제가 있다. 멕시코의 중요한 축제로 꼽히는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이다. 원주민 공동체의 풍속을 그대로 이어낸 이 축제는 멕시코의 주곡식인 옥수수의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되는 10월말부터 11월 초에 즐겼던 전통축제다.
멕시코 국민들은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라 부르는 이 축제의 날에 산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죽은 자들은 이승을 찾아와 산자들의 삶을 축복한다고 믿는다.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산자들은 묘지에서 집에 이르는 길에 꽃과 촛불 등을 놓아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집안에는 그들을 기리는 제단을 만들어 꽃과 공예품으로 장식해 죽은 자들을 맞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시공간의 의미는 특별하다. 실제로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날, 멕시코 전역에서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제단이 차려진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코코> 가 화제다. 최첨단 기술이 구사해내는 환상적인 기법도 빼어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적인 메시지 덕분이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의 모험을 그린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죽은 자들의 날’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이승과 저승의 공간을 그려낸다. 영화가 그려낸 죽은 자들의 세상은 이승보다도 훨씬 더 화려한 꿈의 세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이 세계에서 남아있으려면 산자들이 그를 잊지 않고 제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억해야만 가능하다. 산자들로부터 잊혀지면 ‘죽은 자들의 날’에도 이승으로 건너갈 수 없고 소멸되어버리는 영화 속 저승의 현실(?)은 안타깝고 애절하다. 코코>
돌아보면 우리 시대, 살아남은 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죽음이 적지 않다. 미구엘이 부르는 노래 ‘Remember me(기억해줘)’는 어쩌면 우리를 향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전주 시내 거리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색 깃발들이 아직 남아 펄럭인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지나쳤던 그 깃발들이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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