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이 15만 명에 달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다. 게다가 그동안 경찰관 채용은 허술했고, 저학력자도 많았다. 인성 정도가 불명확한 사람도 이런 저런 이유로 경찰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 경찰에도 대졸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실력있고, 수준높은 경찰대생들이 계속 배치되고 있다. 경찰관 수준이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조금 기다려 보라”
20년이 지났다. 경찰관 학력 수준이 좋아지고, 이미지나 성과도 좋아져 보인다. 그런 여세로 수사권 독립에 나섰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바람 잘 날’이 드물지 않은 건 매한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비교 하자면, 과거 경찰보다 ‘많이 배우고 머리 좋다’는 검사나 판사 쪽에서 부는 바람 정도를 가늠할라치면, 과거 경찰 쪽에서 들쭉날쭉했던 비위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라고, 20년 전 그 경찰간부는 기자 앞에서 말하고 싶었을 것 같다. 검찰이 사고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던 일이 되는 게 어디 한둘인 줄 아느냐는 둥 말이다. 당시 도지사 비서실장이 회식 자리에서 전주지검 검사가 내리친 맥주병에 눈두덩이를 맞아 피범벅이 된 사건이 유야무야 된 반면 이런 저런 경찰 비위는 모조리 공개되다시피 돼 경찰 위상을 떨어뜨렸으니, 경찰 속앓이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검경을 이야기의 실례로 들었지만, 언론계가 자유스럽다는 건 아니다. 얼마 전 세상 떠들썩하게 했던 송주필 사건처럼 언론계에도 들보가 적지 않다. 아직 미투하지 않았지만, 한 공무원은 어떤 중진기자에게 거액을 ‘카드 도둑질’ 당한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미투운동 초점이 일단 성폭행에 맞춰져 있지만, 그런 부류의 갑질이 어디 성폭행에 딱 한정된 것인가.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 표정관리하며 납작 엎드려 입 다물고 있는 야누스의 얼굴들,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동서고금으로 권력에 취한 자들은 안하무인 하고, 호가호위했다. 급기야 지록위마도 불사했다. 요즘 드러나는 성폭행 가해자들이 그랬다. 20년 전 경찰 간부 말대로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 적어도 상식 수준의 도덕성이 확보돼야 마땅할 터이지만 도덕성은 지식정도와 비례하지 않는다.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나도 고백하고 사죄한다’ 운동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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