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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먹거리

전남 함평은 예로부터 너른 들판과 갯벌을 품고 있기에 ‘함평천지’라 일컬어졌으나 천연자원, 산업자원, 관광자원이 없는 ‘3무의 고장’이다.

 

남도의 경우 정약용, 조광조, 윤선도 등 이름있는 이들이 귀양왔던 곳은 ‘인물 마케팅’이라도 하는데 함평은 지역출신 유명 인사나 귀양온 이도 없었기에 늘 그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인구 3만명밖에 되지않는 함평을 전국 200여개 자치단체중 가장 각광받는 곳으로 만든 이가 있었다.

 

지금부터 꼭 20년전인 1998년 함평군수가 된 이석형 현 산림조합 중앙회장이다.

 

다른 자치단체장들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뛰어다닐때 그는 역발상으로 블루오션을 창조했다. 전남대 농대 출신인 그는 취임직후 함평 나비축제를 구상, 바로 이듬해부터 축제를 시작했다.

 

함평은 원래 나비가 많은 곳이 아니다.

 

엊그제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석형 전 군수는 “눈앞에 축제는 다가오는데 함평에 나비가 없어서 제주 서귀포로 달려가서 하얀나비 23마리를 잡아왔다.”고 회고했다.

 

나비는 한번에 250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를 거듭하면서 단기간에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침내 1999년 봄 제1회 함평 나비축제는 팡파르를 울렸고, 모두가 코웃음치던 나비축제는 전국의 이목을 끌면서 올해 20회를 맞는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함평은 해마다 유료관광객 30만명이 찾는곳이 됐다.

 

나비축제가 대박을 내자 김대중 대통령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마케팅한 이석형 군수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보다도 더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만일 관념의 틀을 고수했다면 오늘날 함평 나비축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전북경제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군산조선소나 GM대우가 문을 닫는 등 제조업체들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고 현대자동차 가동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친구가 실직하면 불황이요,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고 한다.

 

생계가 끊긴 이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죽을 약 옆에 살 약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전북의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했던 전북은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당시엔 큰 성취로 보였다.

 

하지만 가만히 복기해 보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굴뚝산업은 이미 선진 도시를 떠나고 있었으나 당장 배가 고팠던 전북은 이를 덥썩 물어버렸음이 드러났다.

 

전북은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고정적인 안목에 갇혀선 안된다.

 

“하나의 예를들자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육지 레포츠를 ‘바다 레포츠’로 전환하는게 급선무”라는 이석형 전 군수의 조언이 귀에 쟁쟁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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