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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와 정동영

정치권에서 이인제는 그리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짧은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 그이만큼 당적을 이리저리 옮긴 정치인이 없다. 당적도 당적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혀 성향이 다른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었다. 그 결과 그의 정치적 입지는 계속 좁아졌고,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에서조차 낙선하면서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오죽하면 ‘이인제 꼴 난다’는 말이 회자될까.

이인제가 누구인가. 김영삼 정권 시절 최연소 노동부장관에 기용됐으며, 첫 민선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거칠 것 없었던 그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불복하면서였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서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탄생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후 민주당, 신한국당, 자유선진당을 오가며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지역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처절하게 나락으로 떨어졌던 정치인을 보듬어 준 곳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논산에서였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당선되며 ‘피닉제’(불사조의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던 그가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인제 후보와 오버랩되는 전북 정치인이 정동영 의원이다. 정 의원 역시 전북 정치권의 최대 기대주였다.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통일부 장관, 집권당 의장, 집권당 대선 후보에 오르며 전도양양했다. 그런 그도 대선 참패와 서울 동작구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치적 미아가 됐다. 전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그의 재기를 고향에서 도왔다. 복당했던 민주당을 탈당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호남돌풍의 주도적 역할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 의원으로선 이인제 후보와의 단순 비교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당적 변경의 상황과 배경이 다르고, 현재 위치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은 선상에 놓은 이유는 현재의 전북 지방선거 상황 때문이다. 정 의원이 민평당 도지사 후보로 나섰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민주당 일변도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물론, 정 의원이 나선다 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도 속의 현 구도를 얼마만큼 깨뜨릴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탈당해 새 정당에 합류할 때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민평당 국회의원 중 누군가는 살신성인 자세를 보여야 했다. 그 도전자가 전북 정치의 간판인 정 의원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마른자리가 아닌, 진자리에 나설 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정치인의 진퇴 문제가 어디 두 분만의 문제이겠는가.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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