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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요즘 전주 동문예술거리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삼양다방도 한 때 사라질 처지에 있었다. 건물마다 편리성과 쾌적성을 갖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도심에서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다방이 지금껏 생존했다는 게 사실 용하다. 상업적 잣대를 들이댔다면 삼양다방은 이미 문을 닫아야 했다. 삼양다방을 살린 힘은 추억과 향수를 지키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간절함이었다. 현존 최고령의 다방이 그저 역사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특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낫도(Natto. 청국장)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기업들이 낫도 시장을 평정하고 싶어도 지역별, 혹은 업체별 각기 고유한 맛을 갖고 있어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 교토에 가면 백년 된 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3대가 안된 음식점은 요리도 아니다’는 말도 듣는다. 음식 장인들의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경우도 ‘since 00년’의 간판을 단 가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오래된 역사가 가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업의 대물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가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가업에서 탈출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이 앞서면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같은 업종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도 한몫 거든다. 100년은 고사하고 몇 년 버티기도 힘든 게 자영업의 현실이고 보면 대물림 운운이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일본은 2만개가 넘지만 우리는 90여개 불과하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엊그제 대를 이어가며 100년의 전통을 자랑할 소상공인을 키울 ‘백년가게’ 16곳을 선정했다. 지역별로 6곳의 서울에 이어 전북이 4개로 가장 많다. 전주의 한식당 ‘늘채움’과 서적·교구의 ‘탑외국어’, 정읍의 제일스포츠와 정읍낚시 등이다.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을 해온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평판도 등을 혁신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아 뽑힌 곳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꿋꿋이 살아남아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백년가게’를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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