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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족 캠프족

요즘 학원가에는 ‘입시학원에서 본 유명강사를 공시학원에서 다시 본다’는 말이 있다. 유명 인터넷 공시학원의 1년짜리 프리패스 수강료가 1년 사이 두 배나 뛰었다는 한숨도 공시족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시험용 지식과 시험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 입시학원보다 공무원시험학원에 몰려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이른바 ‘공시족’ 40만 명 시대의 대한민국 사회 풍경이다.

“민원은 캠프에다 해야 빠르고 확실해!” 어느 선거캠프에서 일한 뒤 ‘한 자리’ 얻어 근무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공무원보다 단체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관계자를 통해야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등 각종 선거에서 직접 뛴 ‘선거캠프 출신’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든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선뜻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선거천국인 한국 사회 풍경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시험기술자에게 높은 강사료를 지불하면서 피터지게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열망하던 공무원이 됐다. 그렇지만 황당하게도 선거캠프에 줄서지 않으면 공무원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빈정거림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른바 인사에서의 발탁과 좌천은 관선시대나 민선시대 모두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 잣대가 ‘캠프’에 기울어져 있다는 큰 의심이다. 10년, 20년은커녕 30년 가량이나 일한 공무원이 어느날 갑자기 캠프와 줄 닿는 공무원 상사, 또는 캠프출신 상사를 만난다. 게으르고, 실력없는 공무원이라면 좌천은커녕 퇴출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일생일대 비극은 정년까지 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청와대, 정부, 지자체 등 거의 모든 선출직 현장에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고위공무원은 “이장 출신이 장관하는 분위기에서 승진 장관은 기대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일할 맛 안난다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열공 공시족들, 캠프족 넘볼라.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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