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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령비현령

사법부의 이런저런 허물이 적지 않았지만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양승태 사법농단’이 사실로 드러나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의 태도는 ‘일부’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범죄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씁쓸함을 넘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게 한 사건은 검찰이 ‘신 사법농단’이라고 지칭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과 이를 틈탄 유씨의 증거인멸 사건이다.

검찰 사법농단수사팀이 법원행정처와 전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대부분 기각되고 있다. 발부율 90%에 달하는 일반사건과 크게 비교된다.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식구 감싸기의 백미가 나왔다. 검찰은 그동안 사법농단 사건선상에 있는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네 번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대법원 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없지만 먼저 소환해 조사하거나 유출자료를 임의제출하도록 요구하라’라거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세 번 잇따라 기각했다. 이런 가운데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빼낸 자료를 모두 파기, 그러니까 증거인멸을 자행했다. 출력물은 파쇄기로 없앴고, USB는 분해했다고 한다. 검찰의 네번째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유씨의 행위가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곧바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씨에 대한 압수색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판사가 유씨와 함께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사법시스템이 무력화 됐다’고 개탄했다.

부패의 사슬을 끊어야 정의로운 시대가 열린다. 이를 선도해야 할 사법부가 이현령비현령하고 있으니, 국민을 아예 졸로 보는 것인가. 지난 7일 상습절도범이 법정에서 큰소리로 법관을 조롱했지만 법관은 그를 감치하지 않았다. 아니 감치 못했다. 어쩌면, 자비가 아니라 법복 입은 게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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