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축산업 현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축산시설의 대형화와 밀집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 이면에는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안타까운 그늘이 존재한다. 축산 농가의 상당수가 영세한 1인 농가이거나 생계형 자영업 형태라는 점이다.
산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안전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낡고 열악한 축사 시설은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불씨가 되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전기설비는 수십 년간 방치되어 노후화되었고, 가연성 물질은 무방비로 적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 농가에 “안전 시설을 보강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자생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짐을 지우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축사 화재를 단순히 농가의 부주의로 치부하거나, 계도 중심의 일회성 예방 활동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농촌의 구조적 빈틈을 메워줄 ‘국가적 정책 과제’ 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축사 안전은 우리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서는 안전 컨설팅과 현지적응훈련, 출동로 확보, 축산업 종사자 교육, 예방순찰 등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탁상공론식 홍보가 아닌,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영세 축산 농가를 위한 맞춤형 전기 안전 지원 사업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축사 화재의 주범인 낡은 전기설비를 민간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영세 축산 농가의 노후 전기시설을 무상으로 점검하고, 시설 개선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둘째, 농가의 규모와 관계없이 필수 안전 장비를 보급하는 ‘안전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1인 농가라도 화재로부터 생계를 지킬 수 있도록, 자동화재감지설비와 간이 소화 장치 설치 비용을 전액 또는 대폭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현장 밀착형 컨설팅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소방서는 직접 찾아가 축산 농가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예방 매뉴얼을 제공하는 과학적 관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소방서·행정·축산 농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민관 협치 시스템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넷째, 축사 동간 간격 5m 이상 확보 권고를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보완해야 한다. 밀집된 축사는 화재 확산 위험을 키우는 만큼, 이격거리 확보를 제도화하거나 방화 구획 등 대체 기준을 마련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향한 인식의 대전환이다.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예방에 투입되는 비용은 소모가 아니라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축사 안전은 농가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며, 우리 농업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일과 이어진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정책을 발굴하고 강력히 추진해, 더 이상 화재로 인해 농가의 꿈과 땀방울이 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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