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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전북이 꿈꾸는 창업도시

전정환 크립톤 부대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압축성장을 거쳐 GDP 세계 15위권의 경제 선진국이 되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강국이자 영화·드라마·웹툰·음악으로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다. 그러나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산업과 인재가 집중되고, 비수도권은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를 찾아 서울에 정착했던 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고, 청년들은 지역에서도 서울에서도 좋은 일과 삶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

산업화 시기, 지역 도시들은 창업의 중심지였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는 1938년 대구에서, LG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는 부산에서, 하림은 1978년 전북 익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창업의 중심은 서울로 집중됐다. 제조업의 시대를 넘어 지식산업·IT 창업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서울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출발한 대기업들도 본사를 서울로 옮겼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깊어졌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사업을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추진했다. 1단계 공공기관 이전, 2단계 산·학·연 정착, 3단계 혁신 확산이라는 로드맵이었다. 이전은 꾸준히 진행됐지만, 공공기관이 지역 혁신생태계와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2·3단계는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2026년 정부는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10개의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업도시에는 인재·R&D·규제·투자·공간이 패키지로 지원된다. 중기부는 이를 “인재와 자본,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고 창업가가 지역에 정착하는 환경을 만드는, 지역 창업생태계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정책”이라 설명한다. 멈춰 있던 혁신도시의 2·3단계를 잇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올해는 4대 과기원(KAIST·DGIST·GIST·UNIST)이 있는 대전·대구·광주·울산이 테크 창업도시로 우선 선정됐다. 과기원은 세계적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돼 그동안 지역 창업생태계와 연결될 계기가 부족했는데, 창업도시가 그 연결의 통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해 6곳이 추가 선정되며, 정부가 든 예시 산업에는 ‘로컬’이 포함된다. 전북도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에는 과기원이 없다. 그러나 농촌진흥청과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가 전주에, 네 곳의 국립 과학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완주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익산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김제에 있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농식품 혁신 기반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을 축으로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가 전주로 모여들며 자산운용 금융도시로, 새만금과 군산은 이차전지·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신산업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 세 축 모두 정부가 창업도시 선정 기준으로 든 지역 주력산업과 맞닿는다. 최근 3년간 도내 TIPS 선정 기업은 2개에서 28개로 늘었고, 4월에는 지역성장펀드 조성 지역으로 추가 선정돼 정부 출자 600억 원에 지방비와 민간 자금을 더한 1,000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를 결성하게 됐다. 한성숙 장관이 말한 “자생적 창업생태계”는 멀리 있지 않다. 지역의 자본과 인재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도시, 전북은 그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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