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지원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 첫 등원 인사에서 “새만금은 ‘흰 코끼리’(White Elephant) 같아도 방치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새만금을 애물단지를 뜻하는 ‘흰 코끼리’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1991년 착공 이후 35년 동안 전북 도민들을 희망고문해 온 새만금을 지역구로 두게 된 박 의원의 국회 입성 첫 절규였다.
코끼리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고대 동남아시아에서 왕권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전쟁과 왕권, 군주의 위용을 상징하는 군사·권력 도구인 동시에 지혜, 덕, 힘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동물’로 숭배받았다. 코끼리만큼 거대한 생명력, 육체적 위용, 그리고 왕권·군사·국가 상징과 결합된 동물은 없었다.
코끼리 가운데 ‘흰 코끼리’가 신성시 된 것은 마야 부인의 태몽 때문이다. 여섯 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꾼 뒤 석가모니를 잉태했다는 설화와 함께 흰 코끼리는 부처의 탄생과 연결돼 희귀성과 상징성이 종교·정치적으로 극대화되었다.
왕의 권력과 국가 번영의 상징이었던 흰 코끼리가 ‘애물단지’가 된 것은 왕권 강화와 유지를 위한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됐다. 왕은 자신의 눈 밖에 난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고, ‘신성한 흰 코끼리’를 왕의 하사품으로 받은 신하는 매일 엄청난 양의 먹이를 주며 호화롭게 돌보다 결국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흰 코끼리'를 등장시켜 새만금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사실 새만금은 35년 동안 선거때 마다 정권의 득표 전략으로 활용돼 왔다. 지지부진한 새만금에 대한 기대는 도민들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왔고, 희망고문을 하는 거대한 애물단지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새만금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새만금을 각별히 챙겼다.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새만금을 앞으로 또 20년, 50년 후를 기약하는 것은 국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안된다. 실현 가능한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하고, 예산과 자원을 집중 투자해 빠르게 실천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조금 기다려보면 의외의 성과들이 꽤 날 것이다. 지금도 가시적인 결과들이 드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새만금에 대한 집중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새만금에는 현대차그룹이 9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세계 최고의 AI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년 동안 탈색돼 흰 코끼리가 된 새만금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코끼리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전북은 물론 국가 번영의 상징으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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