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맞춤법이 그 표준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되고 있다. 채팅이나 이메일 등 사이버 공간에서나 확인할 수 있었던 기형적 글쓰기가 이제 실생활에서도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주요 학습내용이던 받아쓰기가 무의미한 것이 된지도 오래되었다. 이를 시행하는 곳도 없지만 시행한다 해도 학생들은 소리나는 대로 써버릴 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컴퓨터의 일상화로 인한 이런 현상이 우리의 문화적 규범마저 헝클어뜨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특히 영어의 경우에는 철자를 잘못 쓰면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도 우리말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것이 영 꺼림직하다. 이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나 학부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묘한 증상이다. 영어지상주의에 의한 조기교육열풍이 그 원인인 동시에 그것을 부추기는 중요한 동인일 것이다.
컴퓨터가 맞춤법을 알아서 고쳐 주는 것도 이러한 맞춤법 경시풍조를 조장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경쟁력 제고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우리말 문장 하나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 마당에 문장구성은 고사하고 맞춤법마저 흔들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만 해도 대학 교양교육의 상당 부분이 작문연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중등학교에서도 글쓰기 공부를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는 현실과 견주어 볼 때 우리 국어교육의 현주소가 염려스러운 것이다.
일부 청소년들은 심지어 어긋난 글쓰기를 자랑삼고 있으며, 맞춤법을 고집하면 ‘왕따’를 당하기까지 한다니 하루속히 전사회적인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언어의 유동성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표준적 어법의 붕괴는 바로 문화적 규범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외국문화에 무한정으로 개방되어 있는 요즘 문화적 규범의 붕괴는 심각한 문화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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