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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참된 知識人



 

지식인은 속성상 기회주의적이기 쉽다. 나름의 전문지식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 지식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변신의 폭도 넓으며 그 변신에 대한 변명의 설득력도 높게 마련이다. 때로는 전문성을 내세우며 기능주의에 함몰되어 긴박한 사회적 상황에 모르쇠하며 유유자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단한 선각자를 자처하며 아무 일에나 팔을 걷고 나서기도 한다.

 

변혁의 시기에 재빠르게 반성문을 제출하는가 하면 새로운 권력의 구미에 맞는 거창한 이론들을 쉽게 개발해 주기도 한다. 상황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신중하여 변혁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그 전리품을 취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탁월한 역량에 의한 기회를 애써 외면하면 올곧게 양심을 지켜내려는 지식인들이 엄존한다는 점이다. 굴종을 강요하는 각종 위협이나 유혹에 혼들림 없이 ‘할 만은 할’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편협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나 민족주의 이념도 이들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정의와 진리에 대한 믿음만이 이들의 험난한 항해를 이끌어주는 변이다.

 

이번에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들이 바로 그런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자국의 주변국에 대한 인권유립을 남들에 앞서 규탄하는 사람들, 일본의 역사왜곡이 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며 피해지역에 가면 사죄의 몸가짐을 분명하게 갖추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군국주의의 거센 물결이 뒤덮고 있는 일본 열도의 미래가 그나마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들 중 한 분이 밝힌대로 “일본군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최초의 민중학살”인 동학농민군 진압의 터를 답사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죄와 참회의 의미가 이 답사기행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 간판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언행일치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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