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오월의 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피천득의 '5월'이라는 수필 한 대목이다.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시보다 더 시'답다.

 

오월은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다. 푸르러 가는 신록과 밝은 하늘, 신선한 바람이 혈관속을 타고 흐르는듯 하다.

 

오월에 관한 시편은 많다. 동서고금에 걸쳐 당대의 문사들이 오월을 노래했다. 슈만의 작곡으로 널리 불려지는 H.하이네의 오월은 사뭇 낭만적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꽃봉오리 피어날 때/ 그때 내 가슴속에도/ 사랑이 싹터 올랐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 그때 난 그녀에게 고백했다네/ 나의 동경과 갈망을"(아름다운 오월에)

 

이에 비해 J.W괴테의 오월은 꽤 서정적이다. "밀이며 보리 사이/ 딸기며 가시나무 사이/ 나무 숲이며 풀덩굴 사이/ 걸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는 곳은 어딜까?/ 나에게 말해다오/…/ 잎은 싹트고 꽃은 피고/ 아름다운 오월"(오월의 노래)

 

반면 R.타고르의 오월은 장중하다. "오월이었다. 무거운 대낮은 끝없이 긴 것 같이 생각되었다./ 마를대로 마른 대지는/ 백열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시냇가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오너라,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오월이었다)

 

우리의 시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영랑의 오월은 향토적이고 맑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오월)

 

또 황금찬은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 피는 달"(오월이 오면)이라 했고 도종환은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오월 편지)고 예찬했다.

 

그러나 상처 가득한 오월도 있다. 김남주는 1980년 광주의 오월을 피 토하듯 절규한다. "바람이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왔다 피묻은 야수의 발톱과 함께/…"

 

생명이 꽃처럼 피어나는 오월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금융·증권국민연금기금 수익률 역대 최고치 20% 달성

남원문영상 제81대 남원경찰서장 취임

김제“새만금기본계획 재수립(안)에 새만금 신항 유지해야”

익산정창훈 제75대 익산경찰서장 취임

익산익산시, 7년 연속 도내 투자유치 ‘우수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