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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존엄사(尊嚴死)

뇌시사태에 빠져 인공호흡기등 연명(延命)치료에 의지하고 있는 70대 할머니의 자녀들이 국내 최초로 환자의 존엄사 권리(인간으로서 존엄함을 갖고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주 서울지법에 제기하면서 안락사 논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안락사는 행위를 중심으로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된다.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등을 투여해 숨을 거두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소극적 안락사는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해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으로 존엄사(尊嚴死)라고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및 일본 대만등이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방법으로 소극적 안락사를 용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락사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무의식 상태의 환자를 가족 요구로 퇴원시켰던 의사에게 법원이 살인죄를 적용해유죄판결을 내린 이후 오히려 경직돼 가는 추세다. 가족들은 의사에게 환자의 연명장치를 떼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의사들 역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어려움, 그리고 연명치료가 무의미한 줄 잘 알지만 처벌이 두려워 가족의 요구를 거절할 수 밖에 없다. 실정법에 얽매여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이자 법과 현실이 괴리된 현장이다.

 

안락사 허용 법률이 없어 법원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강조한다. 의식도 없는 환자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운운하며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게 하고, 그 가족들에게도 경제적 부담까지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소송 당사자인 가족들도 환자가 평소 "기계에 의지해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하고 있다.

 

첨단 연명의술의 발달에 따라 의미없는 치료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환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의학적 판단등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어려운 문제라고 기피하거나 모른척 내버려둘 수 있는 상황은 지난 것 같다. 각 부문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주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정책화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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