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하면 으례 남원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곳이 남원이다. 추어탕 집 간판 중에 가장 많은 것도 '남원 추어탕'이다. 남원 상호를 쓰는 추어탕 집이 전국적으로 400여 곳에 이른다. 남원에만 추어탕 전문점이 30여 곳이나 된다. 왜 추어탕 하면 남원인가.
전주의 한 추어탕 집 주인은 이런 유래를 전했다. 옛날 남원에 부자집이 있었는데 집 주인이 머슴들을 어찌나 잘 대해 주었던지 머슴들이 감복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추어탕을 끓여 보답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주인은 계속 추어탕을 찾았고 그 소문이 퍼져 확산됐다는 일화다.
현실적으로는, 남원 요천강변 광한루원 인근의 허름한 집('새집')에서 추어탕을 맛있게 끓였던 서삼례 할머니의 손 맛을 기점으로 본다. 이병채 남원시문화원장은 "88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들이 남원과 지리산에 몰렸고 이 때 '새집' 할머니 추어탕 맛이 최고라는 명성이 퍼져 전국적인 대표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섬진강 상류라는 청정성과 무시래기 등 부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서 할머니는 3년 전 작고했고 딸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젠 '남원=추어탕' 명성을 산업화하는 것이 과제다. 미꾸라지와 시래기 등 부재료의 생산-가공-판매를 과학화하고 관광과 연계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난달엔 '남원 미꾸라지'가 내수면 분야 전국 최초로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됐다.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졌다.
추어탕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사이다. 오늘(23일)이 상강이다. 명문 추어탕 집들이 도처에 많다. 가을이 깊기 전에 추어탕으로 원기를 회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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