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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추어탕

추어(鰍魚). 미꾸라지 추(鰍)자를 파자하면 물고기 어(魚)에 가을 추(秋)다. 가을 물고기라는 뜻이다. 추어는 논두렁 미꾸라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진흙 속으로 파고 드는 가을이라야 제 맛을 낸다. 월동 직전이라 살이 통통히 올라 맛과 영양이 최고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배를 덥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양기보충에 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서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이다. 최근엔 칼로리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추어탕 하면 으례 남원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곳이 남원이다. 추어탕 집 간판 중에 가장 많은 것도 '남원 추어탕'이다. 남원 상호를 쓰는 추어탕 집이 전국적으로 400여 곳에 이른다. 남원에만 추어탕 전문점이 30여 곳이나 된다. 왜 추어탕 하면 남원인가.

 

전주의 한 추어탕 집 주인은 이런 유래를 전했다. 옛날 남원에 부자집이 있었는데 집 주인이 머슴들을 어찌나 잘 대해 주었던지 머슴들이 감복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추어탕을 끓여 보답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주인은 계속 추어탕을 찾았고 그 소문이 퍼져 확산됐다는 일화다.

 

현실적으로는, 남원 요천강변 광한루원 인근의 허름한 집('새집')에서 추어탕을 맛있게 끓였던 서삼례 할머니의 손 맛을 기점으로 본다. 이병채 남원시문화원장은 "88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들이 남원과 지리산에 몰렸고 이 때 '새집' 할머니 추어탕 맛이 최고라는 명성이 퍼져 전국적인 대표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섬진강 상류라는 청정성과 무시래기 등 부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서 할머니는 3년 전 작고했고 딸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젠 '남원=추어탕' 명성을 산업화하는 것이 과제다. 미꾸라지와 시래기 등 부재료의 생산-가공-판매를 과학화하고 관광과 연계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난달엔 '남원 미꾸라지'가 내수면 분야 전국 최초로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됐다.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졌다.

 

추어탕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사이다. 오늘(23일)이 상강이다. 명문 추어탕 집들이 도처에 많다. 가을이 깊기 전에 추어탕으로 원기를 회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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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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