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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일손’이 아닌 사람: 외국인 노동자 인권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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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연 착한벗들센터장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돼지농장 외국인 근로자 피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어떤 존재로 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축산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폭언과 폭행,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사실은 일부 현장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닐 것이다. 이주민 지원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온 센터장으로서, 이번 사건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한 단면이라 느껴진다.

 전북은 농촌과 축산업, 제조업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었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내국인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 되었다. 특히 돼지농장을 비롯한 축산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여건이 열악해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일손을 때우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인권과 안전은 현장에서 뒷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공통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근로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고,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부당한 지시나 폭언을 겪어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고립된 생활환경은 이들을 더욱 취약한 위치로 내몬다. 특히 농촌과 축산 현장은 외부의 감시와 지원이 닿기 어려워, 인권 침해가 장기간 방치될 위험이 크다. 이번 돼지농장 사건 역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사업주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하고, ‘말 못 하니 참을 것’이라는 왜곡된 시선 속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 현장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숙련 인력은 떠나며, 결국 지역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지원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안전망 구축이다. 한국어 교육과 노동권 교육은 권리 보호뿐 아니라 현장의 안전과 직결되고, 지역사회와의 연결망은 고립을 줄이고 위기 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상담·통역·주거·의료 지원 등은 최소한의 인권 기반을 마련하는 장치다. 이러한 지원이 작동할 때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호는 특정 집단의 권익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북 농업·축산업·제조업의 노동 기반을 안정시키는 정책 과제다. 노동권과 주거, 안전, 교육, 통역·상담 등 기본적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일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이며,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업장, 지역사회가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를 마련할 때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 노동력이 아닌 지역의 인적 자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전북은 안정적인 노동 수급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사회도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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