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20:1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새벽메아리]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의 답은 ‘민간 주도’에 있다

Second alt text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12월, 고향사랑기부제의 달이다.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돈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첫해인 2023년 모금액은 651억 원, 지난해엔 879억 원이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다. 기부를 하면 연말정산 때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로 돌려받고, 여기에 기부액의 30% 가격에 해당하는 답례품도 받는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이렇게 모인 돈은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방소멸 대응 사업 등에 쓴다.

알다시피 이 제도는 일본의 고향납세제에서 따왔다. 우리보다 15년 앞선 2008년에 제도를 시행한 일본은 당시 세수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맞서 지자체 스스로 길을 찾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이 한해에 모으는 기부금 액수는 무려 1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와 인구나 예산 규모가 다르다고 해도 우리보다 한참 앞서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일본 고향납세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핵심은 민간 주도의 ‘지정 기부 사업’ 활성화에 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금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지만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민사회조직들이 특정 사업을 제안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민간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가 2013년에 처음 도입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GCF(Government Crowd Funding)’가 불을 댕겼다. 고향납세제를 단순히 지역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통로가 아닌 시민 참여를 통해 아래로부터 혁신적 정책(해법)을 만들어내는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기회로 본 것이다.

가령, 일본 규슈에서 가장 작은 사가현은 2014년 난치병으로 알려진 ‘제1형 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재원을 이 GCF로 모으기 시작했다. 모금을 주도한 건 ‘일본IDDM네트워크’라는 민간 단체였고, 지자체는 이곳을 지정 기부 단체로 지정해 모금과 사업 집행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했다. 민간의 전문 조직과 행정 그리고 기부자를 잇는 ‘거버넌스’가 만들어지자 두 달 만에 우리 돈 1억 원이 넘게 모였다. 사가현은 이렇게 모인 기부금의 90%가 곧바로 일본IDDM네트워크에 전해지도록 조례도 만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업에 모인 돈은 100억 원에 달하고, 사가현은 국립사가의대를 비롯한 20~30개 연구기관과 함께 1형 당뇨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일본 시민의 지갑을 연 건 답례품이 아니라 효능감이었다. 작은 참여로 사회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효능감 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지정 기부와 민간의 역할이 조금씩 커지고 있기는 하다. 광주 동구는 비영리단체인 피스윈즈와 함께 유기견 살처분을 막고 입양을 돕는 사업을 진행해 8천 명으로부터 무려 8억 원을 모았다.

아직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다. 경제활동인구 30명 중 1명 꼴이다. 그만큼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금껏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지역의 문제들을 시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문제는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에게 효능감을 느끼도록 할 것인가다. 이건 행정보다 민간이 더 잘하는 일이다. 내년엔 우리에게도 더 많은 민간 주도 사례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주도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