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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소설 리플리가 창조한 리플리 증후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고문

 ‘리플리’는 미국 여류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발표한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이름이다. 선망하는 삶을 살기 위해 본받고자 하는 사람 행세를 하며 거짓말과 사기,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이다. 책은 자신이 만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리플리 증후군’을 창조하였다. 창조보다 발견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재능 있는 리플리』를 필두로 1970년 『지하의 리플리』, 1974년 『리플리 게임』, 1980년 『리플리를 따라온 소년』, 1991년 『심연의 리플리』까지 5부작으로 장장 36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20세기 후반을 관통하며 속칭 관종으로 기능한 이 캐릭터의 등장 배경은 무엇인가? 완간 이후 리플리라는 존재는 어떻게 되었는가? ……. 이는 추적 대상이라기보다 인간 욕망의 한 축임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두 편이다. ‘알랭들롱’의 출세작 <태양은 가득히. Purple Noon, 1960>와 ‘맷 데이먼’이 열연한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가 그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각각 원작과 거리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거부의 아들 ‘디키’는 이탈리아 나폴리 남쪽 ‘봉지벨로’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젊음을 소비하고 있다. 이 아들을 집에 데려오면 후사하겠다는 아버지, 심부름 가는 인물이 ‘리플리’다. 

‘돈 벌 필요 없이 그저 쓰기만 하면 되는, 외양을 예술(디키는 그림, 여자친구 ‘마지’는 작가 지망생)로 포장하고 유난을 떠는 이들. 주눅 들고 지질한 삶을 살아온 리플리는 이들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부러움과 환멸 사이에서 갈등한다. 

“디키를 복제해서 내가 가져야지.” 갖은 감언이설과 충성에 감복한 디키는 서서히 리플리에게 곁을 내준다. 백번을 따라 하면 복제가 된다고 했던가. 디키의 옷을 꺼내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서서 그를 흉내 내는 리플리. 일상의 말과 동작까지 연습한다. 이를 목격한 디키가 사정없이 나무란다. 겸연쩍어하는 리플리 뒤에서 검은 마수가 뻗치는데……. 급기야 디키를 죽이고 여권과 사인까지 위조한 후 그토록 원하던 디키로 둔갑한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만 존재할 때 제작했다. 사람을 둘이나 살해한 리플리를 단죄하는 구성에 반해, 이후에 나온 소설들과 1999년에 나온 영화 <리플리>는 살인자 리플리는 크게 괘념치 않는 눈치다. 그의 기행에 경도된 독자와 관객의 감정선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를 일. 여하튼 영화 리플리에서 경찰관과 탐정이 범인을 쫓을 때 대부분 관객은 잡히지 않기를 바라며 가슴 조인다. 

리플리에 감정이입 되는 관객의 심리는 무엇일까? 세상의 모순에 대항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고통의 무게를 비교하면서 영화 <기생충>을 보았듯 말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레이디 두아>는 명품보다 더 화려한 삶을 사는 30대 여성을 그린다. “화려한 우울.”, “그 사람의 가치를 알려면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을 봐야 한다.”라는 전제가 가열하다. 

소설과 영화는 말했다. “초라한 현실보다 멋진 거짓이 낫다.”라고.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리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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