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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의 세상보기] 혼탁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북 경선 무얼 남겼나

객원논설위원

우리 정치를 언제부턴가 ‘여론조사 정치’로 부른다. 공천도, 선거도, 정책도 여론조사에 의지한다. 선거 여론조사는 후보의 생사를 가른다. 인물의 역량과 정책, 윤리성 따위는 후순위다. 여론조사는 이제 심판관이자 권력이다.

하지만 정당의 여론조사는 과연 기계적 중립이 유지될까. ‘보이지 않는 나쁜 손’의 개입은 없을까. ‘명태균 게이트’에서 해답을 엿본다. 

2024년 9월 세상에 드러난  ‘명태균 게이트’ 녹취파일은 여론조사 조작, 권력자의 공천 개입, 불법 정치자금 유입을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인 강혜경씨가 폭로했다. 명태균은 강혜경에게 특정인을 거론하며 지시한다. “(지지율) 3~4% 올려줘” 

이달 초 민주당 군수선거 예비후보 8명이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 응답률은 보통 10%대인데 50%를 웃도는 응답률을 보였으니 전화기 불법 착신 등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전북도당 역시 대규모 여론조작 의혹과 불법 대포폰 유입, 조직적 주소 이전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의원 강선우와 서울시의원 김경의 거래는 공천헌금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다. 두 사람은 1억원 공천헌금 비리로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광역의원 공천 댓가 1억원설이 퍼졌다. 전북 광역의원 36명 중 33%가 민주당의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공사입찰도 단수 응찰이면 유찰시키는데 경쟁과 공정이 생명인 정치 민주주의 현장에서 이같은 ‘공천 수의계약’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투영될까.    

전북 민주당 경선은 혼탁했다. 김관영 도지사의 대리운전비 지급과 당원 제명, 이원택 후보 진영의 제3자 기부행위, 안호영 후보의 단식 등은 메가톤급 이슈였다. 도지사 경선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그뿐인가. 비공개 원칙인 시장군수 평가 ‘하위 20%’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공개됐고, 이원택-안호영 후보의 결선 득표율 역시 비공개 대상인 데도 윤준병 도당위원장이 생뚱 맞게 공개해 파장이 컸다.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미숙하고 제 멋대로인 이런 행태는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인가. 민주당 독주의 정치환경 때문이다. 경쟁 무풍은 자만에 빠지기 쉽다. 여론조작 의혹이 일어도, 중앙당 지시인 비공개 원칙이 깨져도 침묵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권리당원의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겠다며 당원 주권정당을 선언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시스템공천과 클린선거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런 가치는 선언만으로 결과되지는 않는다. 여론조작 의혹, 선출직 평가결과의 사적 활용, 비공개 지시 불이행 등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때 클린선거도 담보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생사가 달린 공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 말고는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불가피하다면 당내 여론조사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옳다. 당원 주권정당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비공개라면 그 여론은 ‘자연스러운 당원 의사’가 아니라 ‘정치적인 구조 속에서 구성된 산물’일 수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시스템공천과 클린선거는 허상에 불과하고 이미지일 뿐이다.

196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인 월터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속에서 산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비로소 진짜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보이지 않는 나쁜 손’의 작용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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