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 10일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언급 대선 당시 새만금 국제공항 등 지방공항 조기착공 및 신속추진과 정반대 조치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패소에 이어서 정치·행정적 리스크까지 삼중고 직면 전북정치권과 지자체, 대통령실에 반발하는 목소리 못 내는 정치적 상하관계
새만금 국제공항 등 ‘지역거점 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던 이재명 정부의 기조 변화가 감지되면서 전북의 하늘길 개척에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11일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만금 국제공항의 경우 지난 9월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패한데다, 대통령실의 공항 사업 제동 이슈가 겹치면서 사법부와 행정부 모두에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올해 안으로 착공이 계획돼 있던 새만금 국제공항은 연내 추진은커녕 국토교통부의 2심 대응과 함께 전북특별자치도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51번에 포함됐던 새만금 국제공항 등 새만금 기반시설 적기 조성이라는 약속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는 게 전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공항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조변화는 지난 10일 강훈식 비서실장의 발언과 지시에서 노골화했다. 강 비서실장의 발언을 전한 안귀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분별한 지역 공항 추진에 제동”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발언은 대통령실 부대변인 입에서 ‘무분별한 지역 공항’이라는 워딩이 직접 나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강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방정부가 공항 개설로 인한 혜택은 누리지만 건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지방공항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추진되도록 중앙과 지방정부 간 비용 분담 개선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강 실장의 지시는 지난해 김해·제주·김포·청주·대구공항을 제외한 9개 공항이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성 평가가 낮게 나온 신공항 사업은 지자체나 정치권이 포기를 하던지, 그것이 아니라면 상당한 재원과 예산을 직접 부담하라는 주문이다.
대선 당시 새만금 국제공항 등 지방공항 조기착공 및 신속추진을 약속하던 것과 다르게 정반대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 9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새만금을 찾아 국제공항의 적기 완공을 강조하던 것과도 온도차가 매우 크다.
만약 지자체 재원 부담안이 현실화할 경우 전북도나 새만금 관련 자치단체들은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 사업 중 지방이 더 많은 재원을 부담하는 사업으로는 순창군 등에서 도입이 확정된 농어촌 기본소득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40%, 지자체가 60%의 예산을 부담한다.
만약 비수도권 공항에 비슷한 매칭이 이뤄진다면 재정자립도가 23.6%로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전북도는 사업 추진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국 평균인 48.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금도 전북 도내 지자체들은 국가에서 기회를 줘도 국비가 충당되지 못하거나 지자체 매칭 비율이 높을 경우 양질의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사법적 리스크에 이어 정치·행정적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지만, 전북정치권이 정부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전북은 국회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들까지 더불어민주당 즉 여당 소속으로 대통령실과 수평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해 “신공항과 교통망은 지역 균형발전의 기반이자 국가 항공 경쟁력 강화의 핵심 인프라”라며 “지역별 신공항 확충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고 밝힌 만큼 국무회의 등에서 조율이 이뤄질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여당 관계자는 “김윤덕 장관의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한 의지는 굉장히 확고해 부처 내부에서도 (강훈식 비서실장의 발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서울=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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