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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전철 밟는 일본 교토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상업화 가속…천년고도 정체성 흔들
전주 한옥마을 역시 문어꼬치오징어튀김 등이 전통 밀어내
일본 교토도 같은 길…소고기 꼬치 등 비전통 음식점 급증
류인평 전주대 교수 “법적 규제보다 상인들 자정노력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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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에 꼬치구이점이 줄지어 영업을 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북 전주 한옥마을. 한때 600여 채의 한옥이 어우러진 전통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문어꼬치와 오징어튀김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이제 일본 교토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렸지만, 교토 현장에서는 타격이 체감되지 않는다. 미국·한국 등 다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토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교토다운 전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매체에 따르면 교토 시내 곳곳에 소고기 꼬치구이 가게 등 외국인 관광객 취향의 비싼 음식점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전통적인 교토 요리는 두부, 유바, 말차, 가이세키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육류 중심 길거리 음식점들이 전통 음식점을 대체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교토의 미래를 이미 보여줬다. 관광객 급증으로 한옥마을과 무관한 길거리 야식, 바게트, 꼬치류 등이 메인 거리를 점령했다. 원주민들이 생활하고 예술인들이 활동하던 살아있는 공간에서 지나치게 상업화된 관광지로 변모한 것이다.

교토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줄여왔다. SNS를 통한 적극적 홍보와 엔저 효과로 유럽·동남아 관광객이 증가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도 타격이 없었지만, 이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다양한 국적 관광객의 입맛을 맞추는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교토 고유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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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거리에 사행성 오락시설이 줄지어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최근 교토를 직접 방문한 전주대 류인평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토도 커피숍, 프랜차이즈가 늘고 전통 료칸에서 외국인 입맛에 맞춘 식단을 제공하는 등 전주 한옥마을의 문어꼬치처럼 정체성 불명의 음식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찾는 이유는 한옥이라는 특색, 전주라는 음식 때문”이라며 “그것을 잃어버리면 찾을 이유가 없다. 당장은 돈을 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음식점을 법으로 규제하기는 힘들다”며 “한옥마을 보존회나 상인들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전주시가 미식관광을 육성하고 전통음식을 개발하며, 이를 상업화하는 상인들에게 지원이나 혜택을 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교토는 ‘천년 고도’로서의 품격을,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 한옥마을’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관광객들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기적 경제 이익을 좇다가 장기적으로 관광지로서의 매력 자체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육경근 기자

육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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