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한 20∼30대들에게‘설’은 그저‘노는 날’정도의 의미밖에 없을지 몰라도 농촌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40∼50대 이후 장·노년층에게 설은 단순한 명절의 의미를 뛰어넘어 섧게 살아온 그 시절이지만 가슴속깊은 곳에 묻어두었다가 다시 꺼내보고 싶은 각별한 날이다.
지금이야 먹을 것, 입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대다수 국민이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던 그 때는 새 옷에 색다른 음식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속된 말로 뭐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도 고지(미리받은 품삯)라도 내서 설만은 그런대로 풍족하게 지냈는데 아무 짬도 모르는 철부지 자식들이야 부모 사정은 알 바 없고 그저 즐겁기만 했다.
그뿐인가. 집집마다 떡 치고 산자 튀기고 조청 달이면서 웃음꽃이 피어나고, 가는곳마다 덕담 주고 받으며 온동네가 잔치분위기였으니 남녀노소 할것없이 설명절이 어찌 아니 즐거웠겠는가.
그런데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접어든 요즘 젊은이들은‘설이 부담스러워서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혼 정보회사‘듀오’가 실시한‘명절과 스트레스’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기혼 남녀의 경우 여성의 91.3%와 남성의 71.9%가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고 또 전체 응답자의 71.1%가 그로인해 부부싸움까지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남성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64.1%, 교통체증이 40.8%, 아내의 짜증 38%, 고부갈등이 17.9% 순이었고 여성의 경우 음식준비가 56.3%, 경제적 부담이 37.9%, 시댁방문 31.3%, 손님맞이 21.7%등의 순이었다.
특히 미혼 남녀들의 37.4%가 설 연휴기간 동안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가운데 31.3%는 여행을, 28.6%는 휴식을, 17.7%는 레저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이 흐르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마는 설음식 장만하기 귀찮다고 마춤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고향길 번거롭다고 휴양지에서 제사를 모시는 웃지못할 설 풍속도를 보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가 끝인지 혼란스러워 진다. 이러다가 통째로 뿌리까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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