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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걸레스님‘重光’



기인(奇人)인가, 천재(天才)인가, 아니면 광인(狂人)인가, 자유인(自由人)인가. 숨이 막힐듯 규격화된 세상의 틀을 온 몸으로 거부하며 한시대를 풍미하던 걸레스님 중광(重光·속명 高昌建)이 지난 13일 자신이 출가한 경남 통도사에서 거추장스럽던 육신을 태우고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26세의 나이에 부처에 귀의(歸依)했지만 불심의 다잡지 못하고‘나는 미치광이’라며 멀쩡하게 살아있는 자신의 제사를 지냈는가 하면 느닷없이 자살을 기도하는 등 기행과 파계를 일삼다가 44세에 파문 당한 그 사찰에서 다비로 장례를 치렀으니 세상 인연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전의 그의 기행은 일반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것이어서 늘 화제가 되곤 했다. 거지도 영락없는 상거지 행색에다 굴뚝인지 코인지 모르게 피워대는 줄담배에 막걸리아 소주를 섞어 제조(?)한 폭탄주를 즐기고, 성기에 붓을 매달아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 필법을 무시하고 거꾸로 써나가는 독특한 서체, 예수를 그려 벽에 걸어놓고 예수보살이라며 껄껄댄 호기등등, 그의 기행은‘삶 자체가 기행’이라 할 만큼 일일일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할정도다.

 

이렇듯 기행으로 점철된 중광의 생애와 예술세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지만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독특한 경지를 이룬 그의 그림은 미국 록펠러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그리고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까지 소장할 만큼 국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1979년도에 중광의 화문집‘광승(狂僧)’을 펴낸 미국 버클리대학의 루이스 랭커스터 교수는 그를 가리켜‘한국의 피카소’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누가 알겠는가. 훗날“중광은 천재화가였다”고 인정받는 날이 올지….

 

반은 미친듯, 반은 성한듯/사는 게다/삼천대천세계(三天大天世界)는/산산이 부서지고/나는 참으로 고독해서/넘실넘실 춤을 추는거야/나는 걸레.

 

평소 세속의 때를 닦아내는 존재라는 의미로‘나는 걸레’라는 말을 자주 했던 중광이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서 낭송한 자작시‘나는 걸레’의 한 대목이다.‘괜히 왔다 간다’는 그를 보내면서 한 순간이라도‘왜 이렇게 욕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가’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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