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5주년, 전북대표 언론 since 1950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최고의 교육 환경에서 자란 중국의 황태자들은 모두 훌륭한 황제가 됐을까?

주나라부터 청나라까지 황실의 황태자 교육을 설명한 왕징룬의 '중국의 황태자 교육'(김영사)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방적인 교육법은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 있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중국 황실에서는 체계적으로 황태자를 가르쳤다. 4-5세부터 한자교육을 받았고, 7-8세부터 '효경', '시경', '논어', '예기' 등을 읽었고, 이후에는 '상서', '춘추', '역경' 등 어려운 책을 독파해야 했다. 황태자들은 훌륭한 스승 밑에서 통치자로서 갖춰야 할 인품을 배웠다.

글만 읽은 것이 아니었다. 말 타기, 활 쏘기 등을 통해 체력도 키워야 했고, 악기 연주를 통해 감성에도 눈을 떠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훌륭한 스승은 더욱 이름을 발했다. 주나라 무왕이 죽은 뒤 어린 성왕을 교육시킨 주공은 성왕을 직접 훈계할 수 없어 자신의 친아들을 공부 친구로 삼아 대신 꾸짖었다. 주공은 중국교육계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자녀의 개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으로 황제와 황태자가 불행해진 사례가 있었다.

청나라 도광제가 사랑했던 태자 혁위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배우는 속도도 뛰어나지 못했다. 어느날 그의 스승이 열심히 공부해야 황제가 될 수 있다고 충고하자 "황제가 되면 너부터 죽이겠다"고 화를 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도광제는 아들을 걷어찼고 아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역시 청나라 강희제는 태자 윤잉이 어렸을 때부터 글자를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면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고, 윤잉도 그에 부응했다.

하지만 공부를 의무로 생각했던 윤잉은 온갖 놀이와 여색에 탐닉하다 결국 폐위됐다.

천재에서 패륜아로 추락하고, 공부를 싫어해 황제에게 맞아 죽은 황태자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 교육현실의 어두운 측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영옥 옮김. 344쪽. 1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