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음속의 별
- 하유리(이리동산초등 6학년)
가만 가만
별을 쳐다보면
별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깜박이는 3등성도
자그마한 샛별도
반짝반짝 빛나는 1등성도
모두모두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가만 가만
별을 올려다보면
희망도 기쁨도
모두모두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동시를 읽고)
유리 어린이는 별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고 표현을 하였군요. 사람이 태어날 땐 마음속에 별 하나씩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별들도 사람처럼 태어났다가 어느 순간 생명을 다하고 사라진다는 말도 떠오르고요. 유리 어린이의 시를 읽노라니 밤하늘을 우러러보고 싶네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유리 친구처럼 밝은 별, 어두운 별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싶군요. 유리 어린이, 별을 올려다보며 별과 같이 빛나는 기쁨과 희망을 영원히 담길 바래요. 그리고 항상 삶에 바탕을 둔 건강한 꿈을 잘 키워 가기를 부탁해요. 오늘 밤 별들이 총총 뜨면 참 좋겠네요./임대섭(필명: 임청필·시인·신태인초등학교 교사)
산문-엠피쓰리(MP3)
- 장난성(신태인초등 3학년)
시험 하루 전날 부모님께서는 MP3를 사주셨다. 어머니께서는 시험이 끝나면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와 오빠는 빨리 시험이 끝나서 음악을 듣고 싶었다. 지루했던 시험 시간이 끝나자 집으로 달려와 음악을 들었다.
"이야……"
너무너무 좋아서 내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빠도 역시 입을 벌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저녁 우리 가족은 기쁨에 흠뻑 젖어있었다.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난 1등을 하였고 오빠는 3등을 해서 부모님께서 매우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 차 타러 갈 때도 오빠 옆에 꼭 붙어서 음악을 들으며 갔다. 줄이 끊어 질까봐 발을 맞추어 걸었다.
난 아기 때 빼고는 오빠하고 가까이 한 적이 없었는데, 오빠와 더욱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MP3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줄 정말 몰랐다. 우리의 행복이 영원하길 바란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글을 읽고)
음악을 들려주는 조그만 엠피쓰리(MP3) 플레이어 하나가 이렇게 한 가족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요?
난성이 글을 읽으며 저 또한 기뻤답니다. 삶 속에서 묻어나는 가족 사랑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차 타러 갈 때 오빠 옆에 꼭 붙어서 음악을 들으며, 발을 맞추어 걸어갔다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MP3 플레이어 하나가 서먹서먹했던 오누이의 사이를 친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어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글의 구성 또한 좋았고요. 난성이네처럼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임대섭(필명: 임청필·시인·신태인초등학교 교사)
시-신발 한 켤레
- 상서중학교 3학년 박 인
어느 날, 집 안에 들어서니
군화 한 켤레가 안방 문 밑에
자리를 잡았다.
그 날 저녁 식탁엔
수저가 하나 늘어났고
국그릇도 하나 늘어났다.
그 날 밤
형의 목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며칠 후
집안에 들어서니
구두 여자 구두 한 켤레가
안방 문 밑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엄마께선
음식 준비를 하시고
이모께선
엄마를 거들어 주시느라 분주했다.
엄마의 칼질 소리도 힘이 넘쳤다.
아빠 제사가 끝나고도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 소리로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집안에 들어서니
형의 군화도 이모의 구두도 보이질 않았다.
작은 방엔 아직 치우지 않은
아버지의 제사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날 저녁
형의 말소리도
엄마의 도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내 귀에
엄마의 울음소리만 맴돌았다.
시를 읽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다 식구들이 느는 날은 아버지의 제삿날, 슬프고도 기쁜 날이다. 군대 간 형도 정겨운 이모도 와서 어머니의 상심을 달래준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나면 다시 어머니는 시름에 잠기고 만다. 이런 이야기 시가 긴장을 잃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내용의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진실성?에 있다. 방 밖에 놓인 불어난 신발과 방 안 밥상에 늘어난 젓가락의 선명한 이미지 역시 이 시의 또 다른 볼거리다. 아울러 '신발 한 켤레'는 사라진 아버지의 신발일 수도./이용범(시인)
시-아버지
- 박미화(백산고 2년)
가을 들녘은 아버지의 땀방울이다.
아버지 농사일의 겨운 신음소리도 가을이었고
담배 연기 속에 묻어나는 허연 김은 아버지의 백발이 된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보리 씨앗을 땅에 묻는다.
아버지는 저 빈들을 바라보시며
저 곳이 가득 채워질 그 날을 생각하신다.
글을 읽고)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농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 시는 땅의 정직함을 믿는 농부인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자식의 안스러움이 잘 배어 있다. 신음 소리 절로 나고 흰머리 늘게 하는 농촌의 현실이지만 쓰러지지 않고 보리처럼 다시 일어나리 라는 의지를 갖게 하는 미더움을 보여준다. 말의 쓰임에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다./이용범(시인)
산문-자화상
- 오보람(백산고 3년)
아직 모든 것이 눈을 뜨지 않은 새벽.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밤바람 소리에 뒤척이다 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습니다.
'오늘 잠은 다 잤구나.'
이미 의식은 살아났지만 무의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요. 자다가 한번 깨면 다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 탓에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짜증나서 애꿎은 방바닥을 발로 쿵쿵 차고, 어떤 날은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다시 잠을 청해 봤지만 역시나 그것은 부질없는 일로 그치곤 했지요. 언제부턴가 그런 날에는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때로는 얼굴 화끈거리는 실수를 떠올리고, 때로는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나를 질책도 해보고, 또 때로는 먼 훗날 꿈을 이뤄 잘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수학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앨범에 넣으려고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앨범을 찾았습니다. 그 앨범 속에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약간 까무잡잡하고 주근깨가 있는 얼굴이 보입니다. 영락없는 시골 아이 모습입니다. 흙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얼굴입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희고 뽀얀 피부를 가진, 도시 냄새가 나는 아이도 보입니다. 바로 저보다 2살 많은 언니지요. 저는 언니와 매우 친해서 어딜 가든지 저는 언니를 꼭 따라다녔어요. 그러나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매가 안 닮았네" 라는 말을 하곤 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지쳐갔습니다. 그 말이 점점 "언니는 예쁜데 동생은 못생겼네." 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제 얼굴도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저는 부모님께 주근깨를 빼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레이저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그 기술도 미숙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돈도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도 저는 그런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주근깨만 내 얼굴에서 없어진다면 그런 것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부모님께서는, "크면 다 없어지는 거야"라며 저를 달랬어요. 저는 부모님 말씀을 믿어보기로 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중학교에 입학하고 저는 친구들에게 주근깨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만 했어요. 그것은 저에게 아주 커다란 상처로 남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다시 부모님께 고집을 부렸지요. 부모님께서는, "겨울 방학 때 꼭 빼줄게"라고 약속을 하셨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깨졌어요. 그렇게 매년 겨울 방학만을 기다리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지요.
어젯밤, 예민한 신경은 저를 또 괴롭혔지요. 맹꽁이가 구슬프게 울어대는 바람에 저는 아예 잠을 청할 수가 없었어요. 잠도 안 오고 밤인데도 방 안이 후덥지근해서 저는 남으로 난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어요. 그 순간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이 제 방으로 쏟아져 내리는 게 아니겠어요? 별들은 밤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해줍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내 얼굴에 나 있는 많은 주근깨를 별과 같이 생각하자. 나를 더 예쁘게 해주는...'
저는 더 이상 겨울 방학을 기다리지 않는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았거든요. 요즘엔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해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많이 선호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연예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게 하지요.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왠지 개성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다 똑같은 얼굴 같지요. 저는 겉모습만 예쁜 것은 정말로 예쁜 것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마음이 예뻐야 여자다." 라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착한 마음과 고운 말씨가 모자란 겉모습까지 아름답게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글을 읽고)
글의 아름다움은 진솔함에 있다. 이 글의 감동은 사춘기에 말하기 쉽지 않은 자기 신체적 약점(?)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에 난 주근깨를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로 표현해내는 재치와 여유는 무릎을 칠만하다. 아울러 이야기 형식을 빌어 지루함을 쫓는 일도 눈 여겨 볼만하다./이용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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