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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가 157억원을 투입해 전주시 덕진동 일원에 건립 중인 전북문학예술인회관(구 전북문학관) 개관에 빨간불이 켜졌다. 핵심 전시콘텐츠와 작가 선정 기준이 부재하고, 8억원대 용역업체의 전문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관의 본질인 텍스트 구축은 외면한 채 건물 준공이라는 실적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하반기 개관을 앞둔 전북문학관은 콘텐츠 기획부터 업체 전문성 부족과 작가 선정 논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 전시 공정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앞서 전북도는 전시 콘텐츠 후보 작가를 14명으로 압축하고 텍스트 위주의 전시를 구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작가별 텍스트 구축과 필수 영상물 등 실질적인 기획은 미비한 상태다.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음에도 당장 착수해야 할 필수 작업들이 첫발조차 제대로 떼지 못한 셈이다. 실질적인 기획이 미비한 상황에서 8억원 규모의 전시물 제작 용역을 맡은 업체의 전문성 논란까지 겹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애인기업 우선구매 제도로 계약을 따낸 해당 업체의 전시 구성안은 20년 전 용역보고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최근 열린 내부 회의에서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기획력이 낙후됐다는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초 공언했던 것과 달리 개관 일정 소화가 불투명하다는 우려에 대해 도 관계자는 “건물 준공은 6월이지만 전시 부문 준공 시점은 8월”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7월 안에는 실질적인 콘텐츠 구성을 완성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시 작가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압축된 14명의 명단에는 도덕성 문제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었던 특정 작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자격 시비가 일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나 명확한 기준 없이 개관을 코앞에 두고 명단이 오르내리면서 공공문학관의 전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1차 후보군일 뿐, 향후 회의를 통해 도덕성 결격사유가 확인되면 즉각 배제하겠다”며 “이번 주 회의에서 다시 작가 선정에 대해 논의할 계획으로 명단은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도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학계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 완성에만 치중해 정작 문학관의 본질인 작품과 작가 정신의 보존이라는 소프트웨어 구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문학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잃은 업체의 부실한 기획안을 쥐고 무리하게 개관 일정만 쫓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콘텐츠 점검을 통해 객관적인 작품 위주의 전시 개편과 초기 직영체제 전환 등 시설 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꽃은 작은 씨앗에서 피어납니다.“ 제8회 아프리카영화제 참석을 위해 생애 처음 전주를 찾은 마이티 포포(본명 자크 무리간데)가 영화제의 서사를 씨앗에 빗대어 건넨 말이다. 예술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과정임을 그는 삶으로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르완다계 캐나다인 뮤지션이자 영화인인 포포는 영화제 상영작 <킬러 뮤직(Killer Music)>의 제작자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캐나다 주노 어워드(Juno Awards) 수상자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제작, 음악을 직접 도맡으며 르완다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스크린 위에 촘촘하게 직조해낸다. 포포의 음악 인생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과정이었다. 예명 ‘마이티 포포’는 캐나다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던 초창기, 동료 하모니카 연주자 래리(Larry)가 작고 마른 그를 ‘강력한 포포’라고 장난스럽게 소개하며 얻은 이름이다.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탄생한 별명에 대해 그는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정체성을 갖게 되어 기쁘다”며 웃었다. 누군가 건넨 따뜻한 호칭이 한 사람의 음악적 근간이자 인류애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라난 셈이다. 지난 12일 전주영화제작소 여행자라운지에서 만난 포포는 전주라는 공간이 지닌 에너지에 깊이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금산사와 한옥마을을 거닐며 감지했다는 ‘고대의 에너지’는 종교적 경계를 넘어선 철학적 교감이었다. 그는 전날 만난 금산사 주지 스님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지구 본연의 에너지가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을 잇는 보편적 매개로 작동한다”며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면 전주에 살고 싶을 만큼 이곳의 고즈넉한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편성은 음악 영역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금산사 주지스님의 산스크리트어 불경에 그가 자연스레 화음을 얹었을 만큼,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블루스, 그리고 사찰의 창(唱)이 모두 ‘5음계(Pentatonic)’라는 공통의 언어를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융합’이 결코 학습으로 터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단언한다. 문화적 맥락을 체득하며 살아왔기에 블루스, 포크 등 서로 다른 장르들이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었고 자신만의 ‘월드뮤직’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고통이 뉴올리언스의 블루스로 피어났듯이 제 음악 또한 삶의 궤적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획 중인 프로젝트 ‘고스트 노트(Ghost Note)’를 준비하며 그는 AI를 곡의 객관적인 평가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예술’로 논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예술의 원형인 인간의 물리적 경험과 교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포포의 논리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남긴 흔적이 예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평화와 정의, 그리고 사랑. 그가 음악과 영화를 통해 길어올리는 언어들은 흔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근원적 가치라는 점에서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예술은 그저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에요.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죠. 서로 다른 문화가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제 작품들이 국경을 넘어, 언젠가 당신의 삶에도 그런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라, 다시 보아도 오른팔이 안 보입니다. 두꺼운 겨울에는 감쪽같아 몰랐었는데 반소매 여름에 보니 분명합니다. 그런데, 가끔 산책길에 스치던 저이는 어떻게 밥을 먹을까요? 악수는 또 어떻게 할까요? 악수, 쥘 握에 손 手지요. 힘센 오른손 서로 맞잡는 것이지요. 험한 세월 사방에 적뿐인 세상, 혹시 무기를 숨기지는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을 해할 마음이 없습니다. 안심하고 안심시키는 것이지요. 그렇담 왼팔뿐인 저이는 온통 적이고 항상 불안할까요? 가만 생각해보니 손 못 잡아서 눈 맞잡았겠습니다. 마음 맞잡고 살랑살랑 온기 전했겠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길섶 꽃구경을 하는 저이, 그러게요 건성 맞잡은 손 가랑잎처럼 팔랑거린 내 눈엔 만개한 개망초꽃 안 보였던 겁니다. 다순 기운 전하지 못한 마음에 금계국 안 피었던 겁니다. 악수는 손보다 먼저 눈빛을, 마음을 맞잡아야 상대도 나도 꽃 핀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앞서가는 저이, 오른쪽이 허전할세라 왼쪽이 거듭니다. 모르게 살짝 오른쪽 허공을 받쳐 줍니다. 삼천 노인회에서 가꾸는 꽃밭에 금잔화가 피어납니다. 꺼끄락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린다는 망종(芒種) 아침, 자귀 꽃이 꼭 공작 꼬리 같습니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전북 문화예술계 외부 영입 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임 단체장의 새로운 정책철학 구현과 기존 기관장들의 잔여 임기가 맞물리면서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은 “시정의 철학이 바뀌고 가치 구현 방식이 달라졌다면 함께 했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물러나 주는 것이 맞다”며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행정방식에 맞지 않는 분들은 스스로 판단해 주셔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용퇴를 압박했다. 시민의 투표로 시정의 변화가 선택된 만큼 주요 예산과 조직을 쥔 산하기관장 역시 정치적 책임을 지고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는 논리다. 11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주문화재단(7월)과 전북도립미술관(9월), 전북문화관광재단(10월) 등 문화예술기관 수장들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출범 1년 차인 전주관광재단 용선중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문제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조직 규모가 큰 전북문화관광재단의 경우 이경윤 대표이사와 최영규 사무처장의 임기가 올 가을까지 남아 있어 거취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전주세계소리축제 핵심 실무진의 거취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관장이 교체되더라도 기존 조직의 실무 수뇌부가 잔류하면 신임 단체장의 정책 철학이 온전히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 행정부가 하반기 주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과 맞물려 사퇴 촉구와 임기 고수 명분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임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선인 선거캠프 출신 또는 학연으로 얽힌 인사들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되며 현직 기관장들의 용퇴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는 문화예술인 A씨를 비롯해 효자문화의집 관장을 역임한 B씨, 고등학교 동문인 연극인 C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역시 도지사 당선인 캠프에서 활동하고, 문화예술기관장을 역임한 D씨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후임자 윤곽이 조기에 수면 위로 오르면서 현직 기관장들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단체장 교체 시기마다 반복되는 일괄 사퇴 압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전주문화재단의 경우 지난해 한국전통문화전당과의 기관통합이라는 구조개편 과도기를 거치고 있어 조직의 연속성을 훼손하고 행정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새 단체장의 정책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특수성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문화예술기관장 재편 과정에서 철학과 전문성이 얼마나 투명하게 적용될지가 새 행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전북예총)와 사단법인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전북민예총)에 지원되는 지방비 보조금 가운데 상당 규모가 단체 운영비로 쓰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예산이 창작환경 개선보다 조직 유지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의 권익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만큼 지원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전북예총에는 3억 5900만 원, 전북민예총에는 1억 2700만 원의 도비 보조금이 각각 편성됐다. 세부 내역을 보면 전북예총은 △전라예술제 개최 1억 9800만 원 △대표 문화예술단체 지원(운영비) 1억 2500만 원 △전북 민속예술경연대회 개최 2000만 원 △오지마을 문화투어 사업 1600만 원 등이다. 전북민예총의 경우 △전북민족예술제 7000만 원 △대표 문화예술단체 지원(운영비) 4400만 원 △문화정책 전국 대토론회 1300만 원 등이 책정됐다. 문제는 예산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목적과 달리 단체의 자체 운영비만 매년 증액되고, 예술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비는 위축되고 있다. 실제 전북예총 올해 운영비 예산은 2024년 대비 20% 이상 증액된 1억 2500만 원에 달하며, 전북민예총 역시 소폭 증액된 44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이는 예총과 민예총 전체 보조금의 약 35%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예술인을 위한 창작 지원이나 관련 사업비는 동결되거나 삭감되면서 일회성 행사 개최에만 예산이 소모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공적자금이 특정 문화단체의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전북도의 관행적 예산 편성과 형식적 성과 평가를 꼽는다.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기보다 오랜 관행과 단체의 규모에 밀려 예산을 배정해왔다는 것이다. 보조금 집행 이후 진행되는 성과 점검 역시 정산서 위주의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도민의 문화 향유와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했는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예산 구조의 특수성과 지역 예술생태계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도 관계자는 “단체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생활임금 인상에 따라 결정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예술 발전이라는 공익을 내세워 도민의 세금으로 상근인력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을 보조해주는 방식은 관치 예술의 잔재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예총과 민예총이 직면한 위기가 단순히 예산 과다나 부족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주문화재단 경영지원부 임승한 부장은 “현재 예총과 민예총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예산부족의 문제를 넘어선다”며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조직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지자체의 협력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때”라며 정책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제5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의 영예는 정보권(34·충남 금산군) 씨에게 돌아갔다. 11살 때 처음 소리를 시작한 그는 오랜 시간 갈고닦은 끝에 국내 최고 권위의 국악 경연 무대 정상에 올랐다. 장원 발표 직후 만난 정보권 씨는 가장 먼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당장 오늘 입은 갓과 의상도 모두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권 씨가 판소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충남의 금산문화원을 찾았다가 판소리를 접했고, 이후 현재의 스승을 만나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을 선보였다. 특히 이 대목은 그가 평소 가장 애정을 갖고 연마해 온 소리다. 그는 “저에게 소리를 가르쳐 주신 송재영 스승님의 소리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라 언젠가는 제 18번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연습은 많이 했지만 그동안은 제 뜻대로 되지 않아 공연에서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오늘 처음 무대에서 선보였는데 만족스럽게 소리를 마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최근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젊은 명창부 장원 수상자가 잇따르는 현상에 대해서는 “주변에도 대회를 준비하는 또래 소리꾼들이 많다”며 “예전보다 젊은 세대의 도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수상의 기쁨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늘 ‘소리 안 하면 혼난다’고 하실 정도로 누구보다 응원해주셨다”며 “제가 소리한 영상도 빠짐없이 챙겨보셨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오늘 무대에 오르기 전에도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다”며 “이번 장원은 아버지께 드리는 선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판소리를 그만두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같은 소리를 반복해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이 지겹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소리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판소리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결국 이번 장원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정보권 씨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치열하게 준비하면서 ‘내가 언제 이렇게 열심히 했나’ 싶을 정도로 소리에 몰두했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소리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제5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에서 정보권(34·충남 금산군) 씨가 영예의 장원을 차지했다. 제5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는 8일 판소리 명창부 본선을 끝으로 약 한 달간 이어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전주대사습청을 비롯해 한국전통문화전당,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전주 천양정, 국립무형유산원 등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국악인들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 신설됐던 무용전공부를 폐지하는 대신, 전주대사습놀이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소리꾼을 발굴하기 위한 판소리 신인부를 부활시키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이와 더불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소리 명창부 본선 청중평가단을 공개 모집·운영했다. 이번 대회에는 판소리 명창부 14명, 농악부 5팀 211명, 무용 명인부 27명, 민요 명인부 21명, 고법 명인부 15명, 가야금병창 명인부 12명, 기악부 36명, 무용 일반부 23명, 판소리 일반부 10명, 시조부 44명, 고법 일반부 16명, 판소리 신인부 61명, 궁도부 302명 등 총 586팀 792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올해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 오른 정보권 씨는 11명의 심사위원 평가에서 93.5점, 50명의 청중평가단 평가에서 4.4점을 받아 총점 97.9점을 기록하며 대통령상과 상금 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정보권 씨는 지정고수인 정준호 명고와 호흡을 맞춰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을 애절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냈다. 김일구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총심사위원장은 “52회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위상을 더해가고 있으며, 젊은 예술인들의 성장세 또한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연을 지켜보는 내내 감동적인 무대가 이어졌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였다”고 총평했다. 이어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갈 젊은 인재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라며 “이들이 앞으로 우리 소리를 국내를 넘어 세계에 알리는 명창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상 직후 정보권 씨는 “평생 꿈꿔온 장원을 받게 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늘 곁에서 응원해 준 가족과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신 송재영 선생님께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며 “주변에서 상을 받으면 눈물이 난다고 했는데,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더욱 놀랍고 감사하다”며 “아버지께서도 누구보다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정진하며 전통 판소리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5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부문별 입상자 △판소리 명창부=장원 정보권(34·충남 금산군) △가야금 병창 명인부=장원 고혜수(30·광주광역시 동구) △기악부=장원 김우성(24·서울 서초구) △민요 명인부=장원 박영희(44·세종특별자치시) △농악부=부안군립농악단 △무용 명인부=장원 이유나(43·서울 강동구) △시조부=장원 최연욱(76·전북 김제시) △판소리 일반부=장원 최진욱(23·경기도 안성시) △무용 일반부=장원 김재권(24·서울 동대문구) △궁도부=장원 김형전(55·전남 강진군) △고법 일반부=장원 신성자(22·전남 화순군) △고법 명고부=장원 이우현(24·서울 성동구) △판소리 신인부=장원 최승규(71·전북 익산시) ◇제44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 부문별 입상자 △판소리=장원 홍가연(국립전통예술고 2학년) △가야금 병창=장원 박단아(국립전통예술고 3학년) △관악부=장원 박시연(국립전통예술고 3학년) △민요부=장원 손하은(국립전통예술고 2학년) △현악부=장원 강명신(한국전통문화고 3학년) △무용부=장원 천예나(브니엘예술고 2학년) △농악부=장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서울 금천구) △고법부=장원 임현우(국립전통예술고 3학년) △시조 초등부=장원 박준상(영동초 6학년) △판소리 초등부 저학년=장원 노유정(청동초 4학년) △판소리 초등부 고학년=장원 이승우(고창초 5학년)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학문의 심장부, 벨기에 루벤대학교(KU Leuven) 교단에 한국인 학자가 선다. 미술사와 한국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학문적 영토를 개척해온 김소이(39)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1425년 설립된 루벤대학교는 교황청 승인을 받은 가톨릭 명문 대학으로 유럽 내 학문적 권위가 매우 높다. 김 박사는 오는 9월1일부터 이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 미술사를 담당한다. 그동안 프랑스계 백인 학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자리에 한국인 교수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현지 학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일 김제시 금구면에 위치한 고향집에서 만난 김 박사는 “임용되고 정말 놀랐다”며 “간헐적으로 교수임용이 이뤄지는 유럽에 자리를 잡게 돼 기쁘고 놀랍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이력은 다채롭다. 전주여고 졸업 후 홍익대에서 예술학을 공부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실기와 문화이론, 여성학까지 경계 없이 파고들었다. 미술을 사회와 문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기른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시선은 올가을 루벤대 대학원에서 선보일 수업에 녹여낼 예정이다. 유럽의 초현실주의 미술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하는 커리큘럼이다. 김 박사는 “유럽에서 한국 미술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흐름을 같이 짚어내는 것이 확실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대학이 한국인 학자에게 손을 내미는 배경에는 K-콘텐츠의 인기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북한체제 연구에 머물던 해외 ‘한국학’은 최근 BTS와 넷플릭스 시리즈 등 문화의 힘으로 수요가 폭발했다. 대학들이 앞다투어 한국학 전임교수직을 신설하면서 대중문화가 상아탑의 지형까지 바꾼 셈이다. 그러나 세계무대의 최전선은 여전히 불모지다. 국내 연구들이 영어로 번역조차 안 돼 있어 매 학기 최신 논문을 뒤져 강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 지역학을 깊이 있는 이론이 아닌 신비한 ‘이야기 보따리’로 치부하는 서구 학계의 은밀한 편견도 벽이었다. 그는 이 벽을 깨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공부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교수 임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또한 냉혹한 잡마켓(Job Market)과의 사투였다. 5년간 매해 50~80개의 원서를 미국 대학에 던졌고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 특히 이민자 장벽이 높아지던 시기에는 절박함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늪에서 그를 건져올린 것은 일상의 단단한 루틴이었다. 김 박사는 “주변의 권유로 조깅과 요가를 시작해 매일 정해진 사이클 안에서 단순한 일상에 집중했다”며 “거절을 당해도 ‘자고 일어나면 또 원서 내지 뭐’라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일상에서의 마음 수렴이 결국 기회를 잡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김 박사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문화예술의 중심지와 인접한 벨기에 브뤼셀의 지리적 이점을 발판 삼아, 앞으로 현대미술 연구를 확장하고 유럽 내 젊은 연구자들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때 웹툰 작가를 꿈꿨던 김 박사는 여전히 만화책을 사 모으는 게 가장 즐거운 취미라고 했다. 그는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루벤대 교수 임용도 어쩌면 주변의 우려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결과다. 수백 번의 거절 앞에서도 중심을 지켜온 고집스러운 몰입이, 이제 유럽의 중심에서 한국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국악의 날을 맞아 전통예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학술포럼과 공연을 마련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지난 5일 국악원 권삼득홀에서 ‘이어온 국악, 이어갈 국악’을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국악의 역할과 과제를 논의하는 포럼을 비롯해 네트워킹, 공연 프로그램으로 꾸며지며 국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럼은 유영대 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국악 현장과 학계, 공연기획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통예술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첫 발제에 나선 전주희 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은 ‘국악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도립국악원의 역할과 과제를 제시했다. 전 실장은 예술단의 정체성 강화와 제작 역량 축적, 관객 경험 확대, 향유 기반 확충 등을 통해 도립국악원이 지역 전통예술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정매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세대와 지역을 잇는 국악교육’을 주제로 어린이예술단과 국악연수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찾아가는 국악연수 확대와 외국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국악 향유층을 넓히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며 국악 교육이 미래 관객과 예술인을 양성하는 토대라고 설명했다. 이장민 대전연정국악원 기획팀장은 ‘시민 접점 확장 측면에서의 지역 국악기관 운영’을 주제로 지역 국악기관의 역할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공연장이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문화를 경험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악 역시 다양한 세대와 생활권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국악기관이 공연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과 예술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윤아 국립무형유산원 공연기획전문경력관은 ‘무형유산의 동시대 활용과 콘텐츠 확장’을 주제로 발표하며 전통성과 대중성, 세계성을 아우르는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무형유산을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화자산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양옥경 전북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민속예술의 전승과 지역문화의 지속성’을 주제로 공동체 기반 전승 사례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국가무형유산 필봉농악보존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와 직업, 지역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전승 구조를 설명하며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 전승은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협력하며 신명을 나누는 과정”이라며 “문화의 우열을 나누기보다 공감과 연대를 통해 공동체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들은 종합토론을 통해 국악이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닌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며 교육과 창작, 향유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포럼 종료 후에는 발제자와 유관기관 관계자,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누구나 국악, 모두의 국악’을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졌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국악의 날을 맞아 마련된 이번 행사는 포럼과 교류, 공연을 통해 전통예술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며 “국악이 다음 세대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와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봄 끝 여름 초입입니다. 전주-군산 산업도로를 달려갔습니다. 보리논 반 모심은 논 반, 들녘이 옛적 반섞이 보리밥 같았지요. 김제시 공덕면 마현리 816-1 육백 살 은행나무 아래, 정양 선생님께서 “어서들 와, 벌써 덥네” 손부채 활랑거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를 간다던가요? 우리는 넓디넓은 은행나무 그늘에 둘러앉았습니다. 1주기 추도식이 아니라 떡과 술이 있는 시회(詩會)였습니다. 누구는 선생님의 시를 읊었고 또 누구는 선생님과의 추억을 길게 이었습니다. 모두 느릿느릿 더듬더듬 할 말 다했습니다. 플래카드 속 선생님, “다 뻥이야 뻥! 뭘 귀담아들어?” 말씀하시는 듯했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 여전하셨고요.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참 세상 대책 없는 막말도 시로 뽑아내는 시인이 선생님 말고 또 누구랍니까? 은행나무 아래 올려 본 하늘, 꼭 사모님 이름을 웅얼거리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후배, 제자 시인들 모여 늦보리처럼 앵두처럼 익어갔습니다. 그러게요, 육백 살 은행나무 가을 소출이 몇 가마일까요? 선생님은 곳곳에 뿌리내리실 것입니다. 태산(泰山)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의 고운 선생도 검단 선사도 아니면서 우리는 배 터지게 술과 시를 마셨습니다. 차수 바꿔 오래 놀았습니다. 보리 익어가는 시절 산들바람 산들거린 하루였지요.
1950년 6월 1일 창간한 전북일보가 올해로 창간 76주년을 맞았다. 지역의 목소리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발한 작은 신문은 76년의 시간을 지나 오늘날 전북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북일보는 1966년 동아여객 버스 추락사고의 참혹한 현장부터 1977년 도시 전체를 뒤흔든 이리역 폭발 참사, 수많은 이들의 눈물이 얽힌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였던 월드컵 거리응원전까지 역사의 현장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을 이어왔다. 기자들은 언제나 현장 한복판에서 펜과 카메라를 들었고, 때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도민과 함께 울고 웃었다. 지난 세월 동안 지역에는 화려한 중앙의 뉴스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기록돼야 할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농촌의 작은 마을 이야기, 골목을 지키는 상인들의 한숨, 무대 뒤 청춘 예술인들의 땀방울, 지역 곳곳에서 피어난 희망의 목소리들까지. 전북일보는 그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았다. 지역을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기록하는 일이었고,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오늘의 ‘강한 전북일보’를 만들었다. 전북일보는 지난 76년간 지역의 역사와 현장을 기록하며 전북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독자 신뢰도와 열독률, 정부 평가 등 각종 지표에서 꾸준히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하며 지역신문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창간 76주년을 맞아 전북일보가 걸어온 발자취와 주요 성과를 되짚어본다. △“전북 대표 언론은 전북일보” 도민 10명 중 3명 선택… 지역 대표 언론 자리매김 전북일보는 독자들의 선택으로 지역 대표 언론의 위상을 확인받았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지난 2011년 실시한 지역민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북도민의 27.1%가 전북일보를 꼽았다. 이는 지역 언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KBS(17.6%), MBC(11.5%), 한겨레(9.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광주·전남을 포함한 호남권 전체 조사에서도 전북일보는 10.6%를 기록하며 지역신문 가운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특정 지역을 넘어 호남권 독자들에게도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북·광주·전남 지역 성인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북일보 신뢰도 전국 최상위권...리얼미터 조사서 도내 압도적 1위 전북일보는 도민 신뢰도 조사에서도 압도적인 결과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5년 전국 지방신문 4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북도민의 32.3%가 ‘가장 신뢰하는 지방신문’으로 전북일보를 선택했다. 이는 도내 다른 일간지와 큰 격차를 보인 수치다. 2위 신문의 신뢰도는 16.1%로 전북일보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전국 단위 비교에서도 전북일보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대구 매일신문(40.1%)에 이어 부산일보와 함께 전국 공동 2위 수준의 신뢰도를 기록했다. 정보의 양보다 신뢰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 속에서 전북일보가 지역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발행·유료부수 모두 도내 1위...“돈 내고 보는 신문” 경쟁력 입증 전북일보는 종이신문 시장에서도 꾸준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2019년도 일간신문 인증 결과에 따르면 전북일보는 발행부수 2만6000부를 기록하며 도내 지역일간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유료부수 역시 2만128부로 전국 일간신문 174개사 가운데 41위에 올랐다. 이는 도내 타 지역신문과 비교해 큰 격차를 보인 수치다. 한국ABC협회는 당시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신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광고지표 평가 전국 최상위권...전국 410여 개 신문사 중 공동 3위 전북일보는 정부 광고지표 평가에서도 전국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했다.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가 공개한 ‘신문 광고지표 자료’에 따르면 전북일보는 95점을 기록하며 전국 신문사 공동 3위에 올랐다. 호남·제주권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였으며, 전북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기록했다. 신문 광고지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열독률과 언론의 사회적 책무 등을 종합 평가해 산정하는 지표다. 전북일보는 열독률과 신뢰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역신문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도내 유일 포털 다음 뉴스채널 입점···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19차례 선정도 전북일보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도내 지역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부터는 포털 다음(Daum) 뉴스 채널을 통해 전국 독자들에게 지역 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6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에도 선정됐다. 전북일보는 지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총 19차례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되며 지역신문 경쟁력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전북일보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획취재와 지역밀착 보도, 디지털 콘텐츠 강화를 통해 지역 대표 언론으로서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공원 가로등 아래 발목 잡혀 있네요. 땅거미 내린 지가 언젠데,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 일을 한 걸까요? 어둑어둑 골목을 불러들이던 먼 옛날 어머니 생각에 여태 주저앉아 있는 걸까요? 아니, 아니 땅거미 줄에 꽁꽁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걸까요? 바둑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지요. 두 집을 지어야 살 수 있는 바둑, 흑 대마가 아직 미생이네요. 한 집 더 지어야 완생이지요. 글쎄요 대마불사라고 몸집을 불리다 축에 걸린 걸까요? 우리네 인생도 자칫 과욕으로 단수에 걸려 패가망신도 하지요. 담배 내기일까요? 짜장면 내기일까요? 자못 진지한 저 반상, 때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도 했겠지요. 겨우 우하변 매화 한 점 따 담고 좌상귀 복사꽃 한 점 구경했을 뿐인데 봄날이 저뭅니다. 한 수 앞 제 수는 못 읽어 판판 나가떨어져도 어깨 너머 훈수는 두어 수도 보이는 거라지요. 훈수꾼인지 개평꾼인지도 돌아갈 줄 모르네요. 그래요 “사는 일이 종당에 집짓기라”(졸시, <봄날은 갔네>)는데, 햇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 집 짓는 거라는데, 아직 두 집을 못 지어서 전전긍긍입니다. 계절 끝 잊지 않고 달력은 넘길까요? 도낏자루 썩는 줄 모릅니다.
불현듯 그에게 기쁨이 다가왔다. 올해 3월 계간지 한국창작문학인협회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여산(83) 작가. 그에게 이 상은 평생을 꿈꿔온 아동문학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존감과 자신감의 샘을 파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43년간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일궈내야 했다. 퇴직 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어린이의 순수함을 간직하며 글을 썼던 작가는 아동문학가라는 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늦깎이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딛은 이여산 작가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신의 저서와 남편 이동우 시인의 유고 시조집을 한국창작문학인협회에 보냈다. 한국창작문학인협회 이사장은 이여산 작가와 이동우 시인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동우 시인의 유고시집 <황혼의 연가>에 담긴 시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여산 작가의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역시 빼어난 작품들로 빼곡했다. 두 사람이 지닌 문학성에 감동한 협회 임원들은 이들 부부에게 ‘제43회 부부동행문학상 작가 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특별한 수상의 바탕에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부부의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난 이동우 시인은 평생일기를 쓰며 삶을 기록해온 이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이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이여산 작가는 글들을 한데 엮어 2020년 시조집 <황혼의 연가>로 출간했다. 쉽고 간결해서 울림이 큰 남편의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이동우 시인은 시조집을 출간한 그해 여름 신인상을 받았고,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며 기쁨을 누렸다. 비록 당선 이후 투병생활로 인해 문단 활동을 마음껏 펼치진 못했으나, 글을 사랑했던 그의 진심은 120여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 아내의 글과 함께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28일 만난 이 작가는 “남편이 살아생전 시인이 된 것을 그토록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며 “남편의 글에 담긴 진심을 알아보고 다시금 조명해준 분들의 배려 덕분에 큰 상도 받게 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문학 안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 인정받게 되어 감격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작가는 여전히 집안에 남겨진 남편의 물건을 하나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는 “핑계같이 들릴 수 있는데, 옛날에 쓰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며 “버려야 하는데 차마 버리지 못하겠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더했다. 멈췄던 남편의 시간은 아내의 문학 안에서 비로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남아 있는 남편의 글을 다시 모아 작품집으로 엮어낼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물리적인 이별을 넘어 세상에 남겨진 부부의 글은 서로의 문학 세계를 비추는 영원한 이정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전북자치도가 도비 157억원을 투입해 건립 중인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이하 전북문학관·권삼득로 450)이 오는 6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개관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전시콘텐츠의 객관성 검증과 장기적인 위탁운영 구조 개편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전북문학관의 공정률은 95%로 내부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는 최근 자재 단가 상승에 대응해 설계변경을 최소화하는 등 예산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시설 복합 기능에 맞춘 조례 개정과 운영방식 다각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내부를 채울 전시 콘텐츠의 검증 절차와 기준 부재를 두고 우려를 제기해왔었다. 실제 지난 4월 열린 전문가 간담회 자리에서 친일 행적 문인들을 다룰 때 단순 미화나 무비판적인 나열을 지양하고, 과오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 관계자는 “친일 논란이 있는 작가는 15일 열린 1차 회의에서 확실히 배제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역사적 검증 가이드라인 부재 논란에 선을 그었다. 도는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등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전시 후보 작가를 신석정, 김창술 등 14명으로 압축한 상태다. 전시 방식에서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최종 회의를 통해 수록 작가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작가의 생애나 약력 나열은 줄이고 작품 속에 담긴 문구와 텍스트 위주로 전시 콘텐츠를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작가 정리와 전시 방향성이 준공 직전에서야 구체화되면서 사업 초기부터 정교한 소프트웨어 로드맵이 마련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도는 6월 초로 예정된 최종 운영위원회 전까지 전시 연출 등 세부 콘텐츠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이어진 특정단체의 수탁 독점 구조를 깨뜨리는 것도 과제다. 전북문학관은 도 소유 자산임에도 특정 단체만 단독 응모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면서 폐쇄성 지적이 이어졌다. 도는 3년마다 정기공모를 거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관행적인 행정을 유지해 왔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도는 현재 위탁운영 중인 전북문인협회와의 계약이 끝나는 올 12월 말 이후를 대비해 문학진흥 조례와 문학과 설치 및 운영 조례 전반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경영시스템 도입 등 운영 주체를 다각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대규모 세금이 투입된 공공문화시설의 성패는 외형 구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정당성과 운영의 투명성에 달렸다“라며 ”단순히 행정적 절차 수행에 그치지 말고 철저한 검증체계와 도민 중심의 개방적 지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한국영화인협회 전북도지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환경 개선과 도내 영화 문화 발전 등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예산 확보와 실질적인 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북도지회는 최근 전북영화인협회 사무실에서 각 지부장과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북도지회 설립은 도내 3개 시·군지부가 연대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지회 출범에 앞서 군산지부(지부장 임복근)와 정읍지부(지부장 김근섭), 완주지부(지부장 장공선)가 먼저 창립해 기반을 다졌으며 이를 토대로 통합 전북도지회가 구성됐다. 최근 열린 총회 본회의에서는 전북 영화계 운영과 사업 전반을 규정할 핵심 안건을 처리했으며 조직을 이끌어갈 주요 임원진 구성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신임 전북도지회장에는 나아리 회장이 선출됐으며 고문에는 나경균·소병문씨가 선임됐다. 감사는 이희찬·이숙희, 수석부회장은 김근섭, 부회장 김미림, 이사 임복근·장공선, 사무국장 이도연, 기획국장 서아연·임지호를 각각 임명했다. 이번 도지회 출범은 그동안 전주시에 편중되어 있던 전북 영화 생태계를 시·군 단위 개별 지부의 연대를 통해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산과 정읍, 완주 등 기초지자체 기반의 지부들이 선제적으로 구축되면서 지역별 특성에 맞춘 로컬 콘텐츠 발굴과 지역 영화인들의 외연 확장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 영화산업 구조상 지자체 보조금과 공모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한 친목 도모나 일회성 행사 개최를 넘어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환경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예산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단체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나아리 지회장은 “전북예총에 (전북도지회) 예산을 요청드린 상태로 예총에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중앙에서) 인준서가 열흘 이내로 나온다면 6월 중에는 전북예총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의결 등 몇몇 과정이 남아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각 지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65명의 회원들이 뭉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짜장면 먹으러 갑니다. “할아버지 오늘 점심 메뉴가 뭘까?” 아무 날도 아닌 일요일, 에둘러 특별식을 먹고 싶다는 아홉 살짜리 앞세우고 홍콩반점에 갑니다. 대낮에 헛제삿밥 먹으러 갑니다. 붉은 휘장을 밀치고 두리번, 빈자리를 찾습니다. 허허 이놈, 메뉴판도 볼 것 없이 “짜장 주세요” 주문합니다. 엽차를 마시며 주방을 기웃거립니다. 탕 탕 수타면은 안 뽑아도 춘장 볶는 불내 넘칩니다. 닥 닥 웍 긁는 소리, 기다리던 짜장면이 나오고, 녀석 먼저 맛있게 비벼줍니다. 중국집 의자에 앉아 먹어도 신문지 깔고 빙 둘러앉아 먹던 옛 이삿날 그 맛이 살아납니다. 짜장면, 생일이나 졸업식 날 또 일등 한 날에 먹던 특별식이었지요. 아무 날도 아닌 보통날, 특별히 기억되라고 탕수육 소짜 하나 더 시켜 줍니다. 옛적엔 중국집이 참 멀고도 멀었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땐 해외여행 자유화 전이라서 홍콩반점, 양자강, 북경루, 만리장성……, 중국에 데리고 가지 못했겠지요. 내 부모님은 평생 한자리에 눌러사셔 이사할 일 없으셨겠지요. 배갈 없어도 탕수육 몇 점 더 먹습니다. 남은 양파쪼가리 춘장 찍습니다. 손녀 입에 묻은 짜장 말끔히 닦아주고 일어섭니다. 홍콩반점 뒤돌아보며 안동 선비라도 되는 양 흠, 흠 헛기침을 합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들이 문화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비전과 구체성 면에서는 여전히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민의힘 양정무, 무소속 김관영 세 후보 모두 ‘문화자원의 산업화’를 내세우지만 이를 실현할 실행전략 없이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문화예술을 보편적 복지와 산업생태계의 조화로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동학역사문화권 조성(가칭)’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초예술종합지원센터 조성을 통한 예술인 통합지원으로 예술생태계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K-Story 콤플렉스 조성과 복합 돔구장을 통한 체류형 관광플랫폼 구축 역시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동학역사문화권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기업중심의 프로구단 유치 등은 정부의 예산 협조와 민간 자본 수혈이 필수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정부의 입법 협조와 대외 정치 환경 변화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여서 지자체 차원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한계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양 후보는 현장 밀착형 실무 지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북예술인 창작기본지원금 도입, 전북예술패스 운영, 청년예술인 월세·작업실 지원 등은 예술 현장의 갈증을 즉각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요 관광지 수익을 문화예술기금으로 환원하거나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예술단체 매칭을 통한 기업 메세나 확대로 재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다. 다만, 전북의 관광 수요가 정체되거나 기업 참여가 저조할 경우 기금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정교한 재정적 안정 장치와 예산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인프라 거점화에 집중한다. 국립 모두예술콤플렉스 건립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전북관 설립, 국립판소리산업 복합단지 조성, K-컬처‧AI융합 영화영상 실증지원센터 조성까지 전북의 문화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지사 임기 중 노출된 전주세계소리축제 파행과 전북도립국악원 내부 갈등 등 문화행정의 난맥상은 대규모 인프라 공약의 신뢰성을 흐리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일수록 건립보다 사후 운영이 핵심인 만큼, 구체적인 운영 매뉴얼과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적 부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후보들의 공약 경쟁에 대해 홍석빈 우석대 교수는 “단순히 큰 시설을 짓거나 단기적으로 지원금을 더 쥐어주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직언했다.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다, 현장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적 목적의 대형사업과 일회성 지원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전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거용 랜드마크나 현금지급이 아니라, 작더라도 내실 있게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시스템”이라며 “이번 선거의 성패는 예술인을 단순한 시혜대상이 아닌, 지역문화경제의 당당한 부가가치 생산자로 대우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동요 때문이었겠지요. 동구 밖 과수원 가는 길에 피었지요. 그렇게 추억하고 싶은 꽃입니다. 벌 떼 잉잉거립니다. 할머니 무릎의 옛날이야기만큼이나 먼 옛날, 사방공사란 걸 했었지요. 벌거숭이 붉은 산엔 메아리가 살 수 없다고 아이들은 자꾸만 노래를 불러댔고, 해마다 장마철이면 산사태가 나기 일쑤였으니까요. 속성수인 아카시아, 오리목, 싸리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금은 공휴일 아니라서 있는지도 모르는 이 많지만, 식목일엔 대통령도 코흘리개 1학년짜리도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었지요. 고향마을 동구에서 반갑던 그 꽃이 피었습니다. 영화 속 풍경일까요? 꿈속 기억일까요? 온다, 안 온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한 잎씩 떼어내며 애달팠었지요. 지천이던 토끼풀꽃 따 풀꽃반지도 만들었던 성싶고요. 젖배 곯은 누이동생처럼 서럽기도 한 꽃입니다. 우연히 장터에서 만난 막내 외삼촌이 가만 입에 넣어준 오다마 사탕보다 더 달콤한 꽃입니다. 흔하다고 천한 꽃 아니지요. 꿩 꿩 산꿩이 웁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얼굴 마주 보며 쌩끗, 웃고 싶은 날입니다. 아카시 꽃이 맞다지만 내겐 언제까지나 아카시아꽃입니다.
겨울엔 무명 여름엔 모시였습니다. 석유에서 뽑아낸 합성섬유 나이롱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모시풀의 속껍질을 벗겨내 태모시를 만들었지요. 손톱과 이로 째고 한 올 한 올 침을 발라 허벅지에 비벼 이어 붙였지요. 광주리의 모시실, 꾸리를 감을 때면 자주 엉켜 난감했었지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붉은 강낭콩 한 줌 더 뿌렸고요. 언제 엉켰었냐는 듯이 꾸리 꾸리 잘도 감겼고요. 날기와 바디 촘촘 실을 끼워 풀을 먹이는 매기를 거쳐 베틀에 올렸습니다. 북통에 넣은 꾸리가 씨줄이 되었지요. 실오리 같은 고샅을 빠져나온 지 어언 반백 년입니다. 사통팔달 넓고 빨라진 길을 달립니다. 경기장 사거리 빨강 신호등에 걸린 사이 아련한 옛날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네요. 씨줄 날줄, 엉키지 않고 자동차가 오갑니다. 저 빨강 금세 파랑으로 바뀌겠지요. 행여 뒤처질세라 나는 또 차고 나갈 테고요. 서두르는 길이 꼬이기도 했습니다만, 그 옛날 어머니가 이골이 나게 쪼개고 이어 붙인 모시실 위에 뿌린 붉은 강낭콩 덕에, 내 앞길 크게 엉키지 않았습니다. 잠시 이정표도 살펴라, 신호등이 붉게 붙잡습니다.
풀잎에 반짝입니다. 간밤에 내린 빗방울이 둥그렇게 웅크렸네요. 열 달 어머니의 방도 둥글었습니다. 자주 먼산바라기를 하시던 할머니의 등처럼 둥근 골목, 돌담 틈에 숨겨둔 유리구슬이 둥글게 반짝였지요.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으라던 자전거도 바퀴가 둥글었고요. 신태인역에서 대처까지 나를 데려다준 비둘기호 열차도 뚜우- 뚜우- 둥글게 기적을 울렸습니다. 세상이 둥글었습니다. 밤마다 두 눈을 찔러대던 먼 별은 사금파리였습니다. 소나기 그친 뒤 무지개는 언제나 반만 내려왔고요. 둥글둥글 자갈거리며 굴러가는 길이 지름길이란 걸 알아챘을 땐 나는 이미 둥글지 않았습니다. 둥근 세상에 모난 나, 모서리를 깎고 갈아냈어야 한다는 걸 이제 와 압니다. 비 갠 아침 산책길에 수비둘기 한 마리 둥그렇게 암컷 주위를 맴도네요. 목털을 부풀리고 날개깃을 끌며 빙빙 빙 돌아갑니다. 언제쯤 입 맞추려나? 궁금해 둥그렇게 꽃대 밀어 올린 민들레, 하얀 꽃씨가 멀리멀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아닌 바퀴로도 절로 굴러가는 건 둥근 시계 속 세월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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