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현실 반영…현재·현장성 잘 살려내 / 가요활용 '절반 성공'…젊은배우 발견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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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고 있는 ‘아나 옜다, 배갈라라!’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 ||
“2030을 잡겠다!” 이런 의도가 읽혀졌다. 전주마당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가 그랬다. 전통판소리의 캐릭터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지금을 보여 주려한다. 특히 젊은이의 고충을 대입시키려 한다. 수궁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자라와 토끼는 그저 용궁과 육지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다. 자라는 ‘정규직’이고, 토끼는 ‘비정규직’이다. 마당창극을 애정의 시선으로 본다면, 자라는 30대, 토끼는 20대로 유추하게 된다.
30대의 자라는 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일이 도덕적이지 않는 일임에도,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 아내와의 알콩달콩이 유일한 낙이나, 이제 육지로 떠나면서 아내와도 떨어져야 한다. 아내가 혹시 이웃집남자(남생이)와 불륜을 저지를까 걱정도 된다.
20대의 토끼는 생계의 위협을 느낀다. 비정규직이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우의 유혹에 끌리지만, 현실적으로 그녀와 연애 혹은 결혼을 할 처지가 아니다. 육지에서만 살았던 토끼에게 있어서 바다에서 행하는 직업(수궁 훈련대장)은 분명 3D업종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정규직이라면, 일단 붙들어야만 한다.
이번이 세 번째가 되는 전주마당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는, 이른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속셈이다. 하나는 판소리의 ‘현재성’이다. 판소리의 내용은 옛 이야기이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지혜를 던져주는 텍스트라는 걸 얘기하려 한다. 또 하나는 판소리의 ‘현장성’이다. 기존의 다른 창극과는 다르게, 그리 크지 않은 한옥공간을 통해서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절반의 성공’이다. 나는 이 작품의 가능성을 믿는다. 보완하기에 따라서 ‘완전한 성공’이 될 수 있다. 크게 박수를 보낼 부분은, 판소리 속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마당창극이라는 구조 속에서 현재성과 현장성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사실 국악계 내부에서 만들어진 창극 작품이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이 작품의 경우도 이런 의도가 보다 정치(精緻)하게 반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비유컨대 설계도는 우수했으나, 건축물이 짓다만 느낌이 든다. 드라마로 친다면, 캐릭터는 아주 잘 잡았는데, 에피소드가 아쉬운 느낌이다.
이번 전주마당창극에는 범 세대적으로 알려진 대중가요(봄날은 간다)와 댄스곡인 K-POP(춤추는 까탈레나)도 살짝 들어간다. 혹자는 이것이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창극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가요창극’의 가능성도 생각한 적이 있다. 널리 알려진 가요를 가져와서, 주크박스 형태의 창극을 생각한 적이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가요를 가져오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곡조를 보다 국악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가락, 장단, 발성을 모두 판소리화(化)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일반 대중들에게 국악(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끄는데 유효적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것은 ‘가요’를 사용했다는 자체는 아니다. 이런 필요조건을 가지고 얼마만큼 충분조건을 충족시켜주었느냐가 문제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의 가요의 활용도 ‘절반의 성공’으로 보고싶다.
전주마당창극이 갖는 최고의 미덕은 무엇인가? 여기엔 ‘고객우선’ 마인드가 있다는 점이다. 경향 각지의 많은 창극이 공연된다. 하지만 이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배우(소리)중심’이다. 반면 마당창극은 ‘관객(놀이)중심’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제 어느 정도 관객을 확보한 상태라면, 관객의 취향을 맞추기보다는, 관객의 취향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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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중강 국악평론갇연출가 | ||
마당창극이 살아남기 위해선 젊은이들의 현실과 취향이 보다 더 반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창극계의 인재의 등용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주마당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 공연을 지켜보면서, 김영자 안숙선 왕기석 명창의 대를 이을 스타들을 발견한 것도 큰 기쁨이었다. 방수미(토끼), 정민영(자라), 유태평양(호랑이)은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춘 재목이다. 아울러 앙상블에 참여했던 많은 젊은 창극배우를 통해서, 전주마당창극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소리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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