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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연두가 초록으로

연두가 슬쩍 발을 뺀 자리에 초록이 들어앉았습니다. 초록이 슬며시 연두를 밀어냈습니다. 지금 저 왕버들의 초록 자리에도 때가 되면 가을이 또 겨울이 찾아들 것입니다.

삼천 변에 억새가 푸릇합니다. 빛바랜 작년 것 틈에 햇것이 끼어들었습니다. 제법 목을 가눕니다. 굽이굽이 삼천을 끼고 마을을 이뤄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아들로, 손자로 대를 이어 살아온 온고을 사람들 같습니다. 아비 억새는 슬쩍 발을 빼고 아들 억새는 슬며시 들어섭니다. 우리 아비들이 그래왔듯이, 저 아비 억새도 어린것들 장딴지에 알이 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까지 지켜줄 겁니다. 등판에 바람을 짊어질 때가 되면, 품 안에 개개비 떼를 품을 때가 되면 자리를 비켜 줄 겁니다. 스러져 거름이 될 겁니다.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며 삼천이 흐릅니다. 앞물결이 뒷물결을 잡아끌며 수천 년 삼천이 흘러왔습니다. 연두 자리에 어느새 초록이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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