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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기다려 버스를 타고

예나 지금이나 버스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옛날엔 돈이 없어 쉽게 못 탔고, 지금은 제 차 타느라 잘 안 탑니다. 포플러 늘어선 신작로에서 하염없이, 풀풀 흙먼지 날리며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버스는 기다림이지요. 기다려 버스를 타고, 쉬이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느긋한 이에게 가는 것이지요. 버스는 앞을 보는 게 아니라 옆을 보는 것이지요. 앞을 보며 시간을 재는 게 아니라 옆을 보며 풍경을 늘이는 것이지요. 스스로 그림이 되는 것이지요. 산다는 것은 기다려 오른 버스에서, 가만 차창에 풍경 하나 들이는 거란 걸 아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주, 진안, 장수, 무진장 먼 곳이었습니다. 한나절 버스를 타고 가야 닿을 수 있었던 땅입니다. 첩첩, 그렇게 높고 깊어서 지금은 외려 푸른 곳입니다. 기다려 버스를 타고 진안 모래재를 푸르게 넘습니다. 딱히 기다리는 이는 없어도 좋을 메타세쿼이아 길을 갑니다. 차창마다 그림이 절창입니다. 라디오에선 이석이 부른 옛노래 ‘비둘기 집’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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