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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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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인간의 불행은 냉장고가 발명되고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집보다 더 큰 마트에 가서 수북수북 담아 와, 뒷집보다 더 큰 냉장고를 그득그득 채워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랍니다. 수렵·채집의 시대, 아니 그날 벌어 그날 먹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배부르면 더없이 행복했었지요. 어쩌다 남는 것은 나눠 주고 나눠 받으면서요.

 

올해는 감 풍년이랍니다. 가지가 휘도록 달렸답니다. 아마 내년엔 덜 매달 테지요. 해거리는 욕심까지 쟁이려는 인간들 겸손해지라는 하늘의, 나무의 충고가 아닐지요. 맛이나 보라며 나눠주신 홍시 달게 먹고 있습니다. 그분은 분명 마당귀 감나무 꼭대기에도 남겨두었을 겁니다. 분명 창고 없는, 냉장고 없는 날짐승들에게도 나눠주셨을 겁니다. 새는 항상 속을 비운다지요. 욕심껏 채우면 무거워 날 수가 없다지요. 뼛속도 비운다는 새처럼은 아니어도 우리도 훨훨 가벼워야겠습니다. 

 

손 안 닿는 꼭대기에 불 밝히듯 남긴 몇 개, 환하네요. 아직 별 안 돋은 늦가을 한낮이 초롱초롱합니다. 온기를 나누려는 감나무 주인의 마음입니다. 내 집 마당에 놀러 오라고, 깍깍 배고프지 말라고 한 상 차려두었습니다. 이젠 우체부도 들르지 않는 마을에 까치 식구가 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시린 마음을 위해 켜둔 삼십 촉,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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