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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뒤 차가운 현실…지역 영화정책 ‘생존 설계’ 다시 짜야“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포럼 2026’서 지역 영화 생태계 복원 전략 논의
독립영화 점유율 1.2%의 비극… “공공 스크린 100개 확보가 자생 임계점“
2026 지방선거 앞두고 지자체·영상위 ‘생태계 설계자’로 거듭나야

지난 1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넥스트 시네마: 2026 지방선거, 씬의 전환과 생태계 설계’ 정책 포럼서 한진 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국제위원회 디렉터가 발언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화려한 레드카펫의 조명이 꺼진 뒤편에서 지역 영화 산업의 생존을 고민하는 날카로운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지난 1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넥스트 시네마: 2026 지방선거, 씬의 전환과 생태계 설계’ 정책 포럼은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중앙과 지역의 유기적인 협업과 관객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영화계의 주요 현안과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함께 조망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포럼 2026’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포럼은 네 명의 전문가 발제를 통해 지역 영화계가 직면한 입체적인 문제들을 짚어나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는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개봉 편수 점유율(7.5%)에 비해 턱없이 낮은 관객 점유율(1.2%)을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관객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물리적 조건 자체가 거세된 구조적 결함”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관객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극장이 없고, 상영 시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점유율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생태계가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생 임계점’으로 관객 점유율 10% 달성을 제안하며, 이를 위한 파격적인 수요 중심 정책을 주문했다.

이어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은 인프라 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던졌다. 최 회장은 “인구 30만 명당 1개 스크린 운영을 목표로, 전국에 최소 100개의 공공 독립영화 스크린을 확보해야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전북과 같은 지역은 수도권(전용관 점유율 76.2%)에 비해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지역별 접근성 차이를 좁히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맞춤형 스크린 확보 전략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행정적·제작적 측면에서도 뼈아픈 자성이 이어졌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수민 한국영상위원회 팀장은 지역 영상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영상위원회의 역할을 재점검했다. 서 팀장은 예산은 10년 전 수준에 멈춰 있는데 사업 영역만 무한 확장되는 지역 영상위의 ‘과부하’ 상태를 지적하며,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버넌스 재구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한진 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국제위원회 디렉터는 대만 가오슝의 사례를 통해 지역 영화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한 디렉터는 지역이 단순히 영화 촬영 장소를 빌려주는 ‘로케이션 서비스’ 단계에서 벗어나, 해외 프로젝트를 직접 유치하고 공동 제작을 주도하는 ‘글로벌 공동 제작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지역 영화 산업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2026년 지방선거를 정책 전환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자들은 예산 부족과 사업 파편화로 동력을 잃어가는 지역 영화계의 현실을 성토하며, 중앙 정부(영진위)와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생존의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참석자들은 지자체가 영화계를 단순히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 실무에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생태계 설계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사람’과 ‘공간’이다. 이번 포럼은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전주의 극장가와 제작 현장에 온기가 돌게 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묵직한 숙제를 남겼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전주의 영화 정책이 어떤 ‘씬(Scene)’으로 전환될지 지역 영화인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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