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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전북문화 2009] ①문학

<< 신종플루는 지역 문화판도 병들게 했다.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2009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취소되는 등 지역 문화행사들이 대거 취소 또는 축소됐다. 위축된 문화판. 그러나 그 안에서도 전북 문화예술을 살찌우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었다.'결산! 전북 문화 2009'를 통해 올 한 해 전북 문화예술을 정리해 본다. >>올해 한국 문단은 정읍 출신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는 등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발언까지 문단 안팎의 담론도 활발했지만, 정작 지역 안에서는 전북 문학을 정리하고 그 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인정받는 정도였다.「신석정 전집」 출간과 「혼불」 재출간 등 한국 문학사에 남을 작업들이 이뤄졌으며, 이운룡 서재균 김남곤 정양 소재호 등 지역 원로 문인들의 창작 활동이 활발했던 가운데 안도현 시인의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제9차 동아시아출판인회의'와 '한국소설가협회 가을 세미나'가 전주에서 개최됐으며, 지역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열기가 높아 인문학 관련 강연이 곳곳에서 마련됐다.▲ 전북문학 전통잇기 활발전북문학연구원이 기획한 '전북문학 도서전시'는 고전에서부터 근·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원전(原典)을 전시, 전북의 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멸실될 위기에 처했던 전북문단의 유산을 결집시키는 계기도 됐다.전라북도는 전주시 덕진동 소재 옛 도지사 공관에 전북문학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 문단의 양대산맥인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가 전북문학관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민간위탁 공모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올 한 해 활발하게 진행된 작고문인 조명사업들은 전북 문학의 전통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여놓았다. 특히 「신석정 전집」은 2007년 신석정전집 간행위원회를 꾸려진 지 3년 여만의 결실이다. 석정 시인과 관련해서는 전주시가 시인이 기거했던 전주시 남노송동 비사벌초사를 복원해 전주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최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혼불」도 절판된 지 4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만났다. 1996년 한길사를 통해 완간된 뒤 140만부가 팔린 「혼불」은 2005년 유족 측의 요청으로 절판됐다가 최명희 선생의 동생 최용범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도서출판 매안에서 새롭게 나왔다.최명희 조명사업은 최명희문학관의 활약으로 더욱 돋보였다. 최명희문학관은 지역 노인들을 위해 '어르신을 위한 대활자본 도서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경남문학관과 교류협정식을 맺는 등 최명희를 넘어서는 문학활동으로 지역 문학관 운영사례로서 모범을 보였다.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눌인 김환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도 무주에서 개최됐다. 무주군은 선생의 묘소가 있는 무주읍 당산리 일원에 2010년 개관을 목표로 눌인문학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그밖에도 이철균 시인 유고시집 「신즉물시초」 발간과 전주 덕진공원 시비 건립 등 '이철균 시인 작고 22주기 추모제'가 열렸으며, 시조시인이자 매천 황현 연구의 권위자였던 고 이병기 선생의 시비도 그의 고향인 김제 검산체육공원에 세워졌다.▲ 장소만 빌려준 동아시아출판인회의전주에서 개최된 '제9차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출판인의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동아시아 현대고전 100권'이 선정돼 각 국에서 동시에 번역해 출간하기로 했으며, '동아시아 공동기획 출판의 모색'과 '동아시아 독서공동체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포럼과 심포지엄도 진행됐다.그러나 행사가 열린 지역과의 소통은 전혀 없어 지역민들은 물론, 전북에서 활동하는 문인과 출판인들 조차 행사에 대해 알지 못해 중요한 행사를 유치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2007년에 처음 개최, 비엔날레 형식으로 치르기로 했던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도 감감무소식이 돼 1회성 행사로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북문인협회 활동 돋보여올 한 해 전북 문학판에서 가장 돋보인 단체는 전북문인협회였다. 올 초 제28대 회장에 이동희 회장이 당선되는 등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한 전북문협은 전북문협 신문 발행, 도민문예창작캠프, 문인대동제 부활 등 새로운 사업들을 통해 문단 안팎으로 소통을 시도했다.반면,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전북작가회의는 기존 사업을 수행하는 데 그쳐 올해 유난히 외부 활동에 소홀한 인상을 줬다.전주문인협회 '2009 전주문인대회',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창립 10주기 기념문학제', 한국동인지문학관 '2009 한국동인지문학관 커뮤니티운영활동 전북연수회' 등 문학단체들이 마련한 문학담론의 자리가 많았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09.12.21 23:02

복지부, 올해 우수건강도서 19권 선정

보건복지가족부는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슴이 아파요'(임도선, 북폴리오) 등 올해의 우수건강도서 19권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건강 및 보건 관련 창작.번역도서를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모두 170종의 도서가 접수돼 이중 심사를 거쳐 일반인 부문 16종과 청소년 부문 3종을 첫 우수건강도서로 선정했다. 복지부는 선정된 우수건강도서에 대해 이날 선정패를 수여하는 한편 우수건강도서 상징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목록을 시·도 교육청과 민간단체, 도서관 등에 배포해 널리 읽히도록 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번에 선정된 우수건강도서 목록. △가슴이 아파요(임도선, 북폴리오) △건강은 자세가 만든다(문재호, 넥스컴미디어) △내 몸 건강 체크리스트(마누엘 알바레즈/이한이, 더난출판사) △내 몸 경영(박민수, 전나무숲) △내 몸에 스마일(정이안, 해빗출판사) △마지막 여행(매기 컬러넌/이기동, 프리뷰) △석기시대 인간처럼 건강하게(요르크 블레히/박병화, 열음사) △수명연장 방정식(트리샤 맥네어/서예진, 성균관대 출판부) △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백태선, 전나무숲) △우리 몸의 마에스트로, 뇌(마크 페터스/서예진, 성균관대 출판부) △웰 에이징(박상철, 생각의나무) △질병예찬(베르트 에가르트너/홍이정, 성균관대 출판부) △칼사이먼튼의 마음 의술(칼 사이먼튼/이영래, 살림출판사) △항암(다비드 세르방-슈레베르/권지현, 문학세계사) △항암 식탁 프로젝트(대한암협회.한국영양학회, 비타북스) △38세 이 과장의 죽자사자 금연분투기(이현우, 고래북스) △이닦기 대장이야(이윤정, 웅진주니어) △자신만만 건강 왕(차보금, 아이즐북스) △why? 식품과 영양(조영선.이영호, 예림당)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21 23:02

최연소 시인 한지이, 이대생 된다

올해 초 최연소로 문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시인 한지이(17)양이 내년부터는 어엿한 대학생 시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17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한양은 이 학교 수시모집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에 합격해 최근 등록을 마치고 인문과학부 2010학번으로 입학한다. 1992년 7월생인 한양은 지난 2월 서울디지털대가 주최한 사이버문학상 공모에서 시 부문 당선자로 선정돼 최연소(만 16세 7개월)로 등단했다.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 백일장 등 전국규모 대회에서 60여차례 상을 받은 한양은 문학 분야의 탁월한 능력뿐만 아니라 교내 학생회 활동 등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에 참여한 학교 관계자는 "문학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시작(詩作) 활동을 소개할 때 강한 힘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양은 "몇 군데 더 합격했지만 어릴 때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이화여대에 별다른 고민 없이 등록했다"며 "노벨문학상까지 바라볼 수 있는 세계적인 문학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입학사정관 전형인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은 특정 분야에 탁월한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뽑는 제도로, 서류평가가 80%를 차지하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한양 외에도 전국 황태요리 경연대회 등 각종 요리대회 수상자와 새에 대한 열정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조류탐사활동을 벌여 깃털 모양만으로도 종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새 박사' 여고생 등 다양한 분야의 특기자들이 합격했다고 이대는 전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18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우스운 소리로 뉴스 마칩니다. 김승연 회장 폭행과 관련해 요즘 직장인 사이에 유행하는 얘깁니다. 만약 삼성, 현대, 엘지의 아들이 맞았다면 이 재벌 총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란 질문이 돌아다닌답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삼성그룹의 아들이 맞고 돌아왔다면 정황과 대책을 A4 한 장에 빨리 정리하라고 지시했을 거랍니다. 현대그룹의 아들이 맞았다면 불도저로 북창동을 재개발했을 거라는군요. 엘지의 경우가 재미있습니다. 다른 재벌 특히 삼성이 어떻게 했을지 빨리 파악하라고 지시했을 거랍니다."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신경민 앵커가 2007년 5월 15일 MBC 라디오 8시 뉴스인 '뉴스 광장'을 진행하면서 내놓은 클로징 멘트다.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묶어 해설을 덧붙인 책이 있는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신경민 앵커의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 뉴스데스크 앵커 387일의 기록」(참나무)은 그런 책으로 최초의 기록을 세우면서 쏠쏠한 재미까지 던져주니, 이거 참 묘한 일이다.아시다시피, 신 앵커는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면서 권력을 비판하는 클로징 멘트를 한다는 이유로 앵커직에서 쫓겨났다. 그는 "어느 날 문득 나의 권력 비판 멘트를 주목하게 된 한쪽 사람들이 나를 자신들의 반대편으로 여기고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2007년 대선 국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은 나를 반노로 여겼고 이명박 후보 측은 반이로 분류했다. 내 고향과 출신 학교를 근거로 술자리급 추론을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확대 재생산했다. 오랜 기간 내 멘트를 따라가보면 역대 모든 정권과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부터 기꺼이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 비판적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그렇다. 이게 신경민을 보는 올바른 자세다. '반이, 친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당파적 관점에서 신경민을 찬양하는 건 신경민에 대한 올바른 대접이 아니다. '선한 권력'이란 원초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는 법이다. 어떤 권력이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의 숙명이다. 신경민은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앵커였다. 이걸 이해해야 신경민이 제대로 보인다.참여정부를 비판한 그의 클로징 멘트를 2개만 감상해보자."참여정부의 조치 중에는 참 기발한 것이 좀 있습니다. 오늘 나온다는 취재 선진화 방안도 거기에 해당할 겁니다. 언론의 취재와 기사 작성에 분명히 고쳐야 할 점은 있고 완강한 측면이 있지요. 그건 빨리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자실 문 닫고 못 만나게 하라는 방식은 참으로 독창적이고 창조적입니다. 이런 방안도 문제겠지만 더욱 한심한 일은 대통령이 이런 비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할 때 한번 더 생각하도록 간언을 하는 참모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참모란 사람들은 독재에 대항하면서 언론 자유와 조직 내 비판과 언로 활성화가 중요하다가 입에 달고 다닌 사람들이거든요."(2007년 5월 22일)"어젯밤 투표 결과를 보면서 억누르기 힘든 국민의 분노를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분노의 뿌리는 집권자의 일방적인 정책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집권층의 오만한 언행에서 나온 것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까지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일단 집권층이 된 이후에는 겸손과 신중 모드로 가야한다는 것이 기본 이치입니다. 하지만 몇 차례 대선을 살펴보면 선거 이전과 이후에 집권층이 너무나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대선 이후 갑자기 서울시내의 고급 양주가 일제히 동이 나 집권층이 취했다는 말이 돌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일관성이 중요하고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집권층 꼭대기 한두 사람만이 아니라 전체가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게 쉽지 않으니까 선거가 필요하고 자유 언론이 있어야 할 겁니다."(2007년 12월 20일)오늘의 시점에선 이런 클로징 멘트가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빨리빨리' 정신이 가장 강한 나라의 국민답게 망각의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염려됐는지, 신경민은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인다."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드물어졌지만 2007년 12월 대선 결과에서 국민들은 참여정부에 대한 적대감과 미움을 감추지 않고 여실하게 드러냈다. 대통령과 인간 노무현에 대한 분노에 가까운 실망, 노무현스럽지 않은 것에 대한 추구가 지배했다. 참여정부의 슬로건이 지도자의 말과 행동, 실제에서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데 혐오감을 보였다."그랬다. 그런데 노무현 서거로 인해 모든 게 다 뒤집혔다. 좋건 나쁘건 '한판 뒤집기'는 한국사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인의 유전자는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만 됐다 하면 '원조 병'에 걸리는 것도 그 탓이리라.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면서 이 책을 읽는 금요일(11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을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명박 정권은 건국 60주년인 2008년을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했었는데, 왜 그렇게 '원년'을 좋아하는 걸까? '선진화 원년'에다 '국가 브랜드 높이기 원년'이라니, 그 이전엔 선진화나 국가 브랜드 높이기 시도가 없었던 말인가? 이전 정권들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는 딱지를 붙이며 각자 '원조'임을 내세웠는데, 이명박 정권은 그런 딱지 대신 '원년'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인가?흥미롭게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신경민의 책에서 '5년마다 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한다. 맞다. 바로 이거다. 표현이 기가 막히다. 대한민국은 5년마다 다시 시작한다. 긍정적·생산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다. 부정적·파괴적으로 다시 시작한다. 이전 정권에서 했던 모든 것은 다 갈아 엎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잘못된 것을 갈아 엎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신이 '원조'요 '원년'임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인정 욕구'나 정략적 계산으로 눈에 핏발이 선 채 무조건 갈아 엎는다.앵커를 갈아 치우더라도, 그 앵커가 과거엔 어떠 했었는가를 살펴보면 좋으련만 권력자들은 권력을 갖는 순간 갑자기 '아메바'가 되는 모양이다. 신경민은 바로 그런 단세포적 광기의 희생자가 되었다. 어떤 점잖은 이들은 앵커는 단순 진행자에 머물러야 하는데, 신경민은 그 선을 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미국 앵커의 신화가 된 월터 크롱카이트는 높게 평가한다. 크롱카이트는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포기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만큼 강력하고 적극적인 멘트를 한 앵커였는데, 왜 크롱카이트가 하면 멋있고 신경민이 하면 안된단 말인가? '홀로서기'와 '독립'을 저주하고 '여유'가 메마른 문화와 더불어 '5년마다 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신경민의 멘트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5년마다 다시 시작하지 않기 위해선 신경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09.12.18 23:02

詩낭송, 언어의 벽 넘어 하나되다

"차~암, 조은 땅신. 어느 뽐날, 당신의 싸랑으로 응딸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드리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씀니다."중국 새댁인 바리홍(33)씨가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과 마주한 이날 무대는 뭉클했다. 16일 오후 2시 웨딩캐슬에서 열린 아름다운다문화가정지원센터(대표 서진숙)의 '아름다운 시와 함께하는 다문화 자국 의상 페스티벌'.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가 낭송되자 분위기는 고조돼 이곳 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씀니다. 찬빱 한 떵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씀니다."방망이질하는 마음을 추스리며 더듬거리며 읽던 조세핀씨(45)도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1년간 한번도 고국에 가보지 못한 설움을 누가 알까. 줄줄이 낳은 아이들만 해도 다섯. 하지만 이날 시낭송은 언어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된다는 것, 문학의 힘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했다.아름다운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지난 8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시낭송수업을 진행해왔다. 이날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유미숙 광주보건대 전임교수의 첨삭 지도를 맡은 애제자들.유 교수는 "한국 시를 사랑하고 이해할 줄 아는 이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 흘리는 이들이 많아 함께 울고 웃으며 정을 많이 쌓았다"고 했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 입에 연필을 물고, TV 프로그램을 녹화해 따라하는 등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이사금(28)씨와 조세핀씨는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왕복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뒤이은 자국 의상 패션쇼에서는 한복, 치파오(중국 전통의상),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 등으로 갈아입은 이들의 화려한 워킹도 선보였다. 이날 하루 만큼은 누구라도 시인이 됐고, 누구라도 모델이 됐던 시간.서진숙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적은 달라도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비행기 티켓을 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앞으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적극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09.12.17 23:02

영어로 맛보는 '소리축제 흥보가'

"올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이 '유네스코 인류 구전 무형 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선정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선정 될 때는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는 태도부터 바꿔야죠.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은 아주 귀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최동현 군산대 교수가 '한영 대역(對譯)' 전집으로 「흥보가 바디별 전집」을 내놨다. 전라북도와 문화관광부가 3년 전부터 추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선보였던 '판소리 사설 영어 자막 제작 사업'의 세번째 결과물이다. 번역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포항공대 대우조교수로 있는 박승배 교수가 맡았다."특히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영어 감수가 잘 이뤄져서 번역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흥보가'는 공연을 많이 올리는 편이기 때문에 시험 삼아 무대에 올려보면서 작업했죠."이번 전집은 1권 김연수 바디(오정숙 창), 2권 박록주 바디(박송희 창)과 박초월바디(김수연 창), 3권 박초월 바디(조통달 창)과 강도근 바디(전인삼 창), 4권은 박봉술 바디(송순섭 창)로 구성됐다.판소리를 일컬을 때는 '흥보가'라고 하고, 소설을 일컬을 때는 대개 '흥부전'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 중심인 판소리에서는 순수 우리말인 '보'(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를 써서 '흥보가'로 하게 됐고, 기록 중심인 소설에서는 한자 '부'(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를 써서 '흥부가'라고 쓰는 일이 많았던 것.최 교수는 "무형문화재가 '흥보가'로 지정된 것은 아마도 판소리이기 때문에 순수 우리말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며 "'박타령' 같은 명칭이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은 약간 아쉽지만, '흥보가'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이번 전집의 제목도 '흥보가'로 잡았다"고 했다.내년에 출간될 전집은 「수궁가 바디별 전집」. 최 교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라는 점, 용궁을 무대로 했다는 점, 봉건체제를 직접적으로 풍자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수궁가는 아주 인기"라며 "해외공연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작업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09.12.17 23:0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출시

민음사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문학동네도 뛰어들었다. 문학동네는 5년간의 준비 작업 끝에 세계문학전집을 출시하고 15일 1차분 20권을 먼저 선보였다. 이번 전집에는 민은경 서울대 교수, 박유하 세종대 교수, 변현태 서울대 교수, 송병선 울산대 교수, 이재룡 숭실대 교수, 홍길표 연세대 교수, 시인 겸 문학평론가 남진우 명지대 교수, 문학평론가 황종연 시카고대 교수 등 언어권별 문학전문가와 평론가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황종연 교수는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책을 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며 "다른 출판사의 전집들과 달리 작품과 역자 선정부터 번역된 원고에 대한 검토까지 모든 과정이 편집위원들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이어 "목록에는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고전 작품들과 함께 현역 작가를 포함해 현재 세계문학을 주도하는 현대의 고전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차분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괴테의 '파우스트', 조지 오웰의 '1984' 등 고전은 물론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등 생존작가들의 작품도 들어있다. 이밖에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소설가 김영하 씨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됐고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과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 등은 처음 번역돼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앞으로 출간된 작품 가운데에는 일본 추리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포함되는 등 기존에 대중소설로 분류되던 작품들도 포함됐다고 편집위원들은 설명했다. 문학동네는 "현재 100권까지 목록이 정해진 상태"라며 "이중 80-90%는 새로 번역되는 신간이고 그 중에서도 전체의 30% 가량은 국내 초역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16 23:02

신간 할인율 최대 19%에서 10%로..입법예고

내년 7월부터 신간을 살 때에는 직접 가격 할인과 마일리지, 할인권 등을 포함해 최대 10%까지만 할인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행물 판매자가 제공하는 신간 할인 방법에 직접 가격 할인 외에 이용실적점수(마일리지)나 할인권 제공을 포함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의 신간은 정가의 10%까지 할인 가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에 따라 지급액의 10%까지 마일리지 등 경품 제공이 가능해 그동안 소비자는 사실상 할인을 최대 19%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 6월 공정위의 고시 개정으로 내년 7월 1일부터 간행물에 대한 소비자 경품 관련 규제가 폐지되면서 경품 제공을 제한하는 기준이 사라져 현행 도서정가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판매자가 제공 가능한 할인 방법에는 정가를 직접 할인해 주는 것에 물품이나 마일리지, 할인권, 상품권 등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포함되며, 이는 간행물에 대한 경품 규제가 폐지되는 내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경품 혜택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할인 범위에 포함되면서 정가 할인과 경품 혜택을 포함해 최대 19%까지 가능했던 할인폭이 최대 10%까지로 줄어드는 셈이다. 문화부는 개정 이유로 "내년 7월 1일 간행물에 대한 소비자 경품 관련 규제가 폐지됨에 따라, 간행물 정가 판매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경품 제공에 대한 규제를 이 시행령에 규정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16 23:02

[여성의 힘 2050] "시 낭송은 행복 나누는 일"

"지게에 장단 맞춰 시낭송을 하던 20대 농사짓던 들지기 시절, 오늘은 그 추억을 낭송하렵니다."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시낭송콘서트를 연 박배균(44) 투어컴 여행사 대표를 만났다.그는 이날 윤동주의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서정주의 '자화상', 김춘수의 '꽃' , 잠언시 '사랑하리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징기스칸 어록' 등이 피아노, 가야금, 퍼포먼스, 대금연주와 함께 낭송했다.그는 학창시절 때부터 시낭송을 무척 좋아했다. 25살 때 시골 동네 이장을 하면서 산과 들을 거닐면서 시심이 더욱 깊어진 것도 있다. 뒤늦게 도시로 나와 사회생활로 뛰어들면서, 시낭송은 인간관계를 넓히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그는 "시낭송은 사람들을 만날 때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도구가 됐다"며 "덕분에 영업의 달인이 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고 했다.지난 10월에 전북카네기연구소가 주최한 전북 도내 중소·벤처기업 최고 경영자(CEO) 프리젠테이션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도 시낭송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시 속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해주거든요."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징기스칸 어록'."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는 극복하는 그 순간 징기스칸이 되었다. "그는 "아무리 힘든 순간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성공한 징기스칸을 배우고 싶다"며 "시낭송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시낭송 대회도 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시낭송 예찬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나숙희 여성객원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09.12.15 23:02

[문학]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시어 뜯어 읽기

"한동안씩 잊었던 이 엽전 선비의 길 / 시월 상달 날 맑으니 또 북으로 뻗치는구나!"서정주의 시 '시월유제'에 등장하는 '엽전 선비'라는 낯선 단어는 우리말 큰사전에 따르면 '구닥다리 선비'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안다고 해도 이 시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전 연세대 교수는 '시와 말과 사회사'(서정시학 펴냄)에서 이 '엽전 선비'라는 단어야말로 이 시가 1950년대에 쓴 시라는 것을 선연히 드러내는 시어라고 말한다. 모더니즘의 구호가 판치던 1950년대의 시대상과 당시 만연해 있던 우리의 민족적인 자학 성향을 함께 이해한다면 '엽전 선비' 속에 담긴 "비속어이되 비속하지 않고 자조적이되 비굴하거나 천박하지 않은 반속적 함의"를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다. 계간 '서정시학'에 연재됐던 글을 중심으로 묶인 '시와 말과 사회사'에는 이렇게 유 교수가 "우리말에 대한 문학 독자의 섬세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낱말이 가진 명시적 의미와 사회사적 함의를 구체적 시편 속에서 검토해 본" 글들이 수록돼 있다.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시어를 뜯어 읽으면서 텍스트 아래 숨은 시의 참맛을 이해하거나, 시어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것이다. 가령 시대별 시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질병을 보면 대개 사회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폐결핵이 근대 초기 시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병이었다면 요즘 들어서는 천양희 시인의 시 '어떤 일생'에 등장하는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처럼 세분화되고 희귀한 질병이 속속 등장하는 식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15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혼불'에 나타난 전라도 스토리텔링

「혼불」에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양상이 나타난다.문학박사 고은미 씨는 「혼불」에서만, 전북과 관련된 250여 가지의 스토리텔링 소스를 뽑아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혼불」의 역사 관련 서술은 남원을 중심에 놓고 마한→백제→통일신라→후백제→조선에 이르고 있다"며, "철저하게 남원과 전주라는 지역적 관점에서 역사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소설 속 전주고보의 역사 선생 심진학과 동경 유학생 강호를 통해 드러나는 이 역사의식은 철저하게 토착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계보를 찾아 후백제, 백제, 마한으로 역사적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그들의 역사인식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정주(定住)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심진학은 자신을 '백제의 아들', 자신의 조상을 '백제 유민'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지역 정체성에 뿌리를 둔 심진학의 역사 인식은 조선 건국의 시조 이성계를 '백제의 후손'이라고 말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조선은 백제인지도 몰라. 백제를 무너뜨린 나당 연합군의 신라를 고려는 흡수해서 무너뜨렸고, 조선은 또 그 고려를 무너뜨렸으니, 백제를 못 잊어 세운 나라 후백제의 도읍지 전주에서, 백제 사람, 백제의 자손, 이성계는 몸을 일으켜 신라의 핏줄이 섞인 고려를 치고 조선을 세웠다. 그러니까 결국 조선은 백제가 다시 살아난 것인지도 몰라. (「혼불」 8권, 151쪽)이기채 역시 전주로 시험을 치러 떠나는 아들 강모를 사랑에 불러 앉혀 놓고 풍패지향(豊沛之鄕)의 고사를 들려준다. 이기채가 전주를 설명하면서 풍패지향의 고사를 인용하고, 조선의 발상지이면서 동시에 성씨의 관향이라는 점을 강모에게 강조하는 것은 장소가 갖는 위상을 통해 그 땅에서 자란 자손으로서의 자부심을 아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이기채가 아들 강모에게 지역의 역사를 들려주듯 아버지에서부터 이어진 지역의 역사에 대한 해석은 아들에게 이어지고 또 그 아들에게로 이어진다.지역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의해 자연스럽게 지역의 역사가 전해지고 후세대는 그들 조상들의 삶의 자리를 토대로 이어져 내려온 지역의 역사를 조상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지역을 통해 후대와 현대가 이어지고 삶의 현장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된 이들의 삶에 그 지역은 '어여쁜 곳'이 되고 선조들의 숨결이 오늘날까지도 자국을 역력히 남기고 있는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09.12.14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34)소설가 최명희와 '혼불'

<< 지난 11일은 소설가 최명희(1947~1998)의 추모 11주기였다. 전주의 젊은 문학인들과 최명희문학관 식구들은 이날 아침 일찍 선생의 묘가 있는 전주시 덕진동 혼불문학공원을 찾아 선생에게 한 아름의 국화를 안겨드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날 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묘역을 찾았고,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는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이것은 일종의 경배다. 최명희는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하나의 작품에만 바친 투철한 작가정신을 통해 예술혼의 탁월한 경지를 보여주었으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혼불」을 지키고 쓰다듬어 풀뿌리의 숨결과 삶의 결을 드러냈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던 각고의 산물들. 전북 문화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꼽히는 소설가 최명희와 그의 「혼불」, 아니 모두의 가슴에 아로 새겨진 우리의 「혼불」….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문학의 혼은 그가 쓴 원고지 칸칸이 불꽃처럼 피어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유·무형의 문화적 요소들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들어 있는 최명희의 소설 「혼불」은 그 자체로 문화 서사이자 콘텐츠다.「혼불」은 1930~40년대 남원과 전주를 주요 배경으로 몰락하는 종가(宗家)를 지키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가족사소설이면서 대하역사소설이다. 또한 한국인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의 백과사전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전승의 전범(典範)으로 불린다.설화와 민요, 무가, 속담 등이 널리 인용돼 있고, 무당굿과 점복, 풍수, 동제, 삼신, 조상단지, 속신 등 민속신앙의 유래와 이치와 의미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풍물과 판소리, 노래, 놀이도 두루 등장한다.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일생의례와 정월 대보름과 단오 등의 세시풍속, 취락과 모듬살이의 모습, 생활관습, 종가와 종부 등의 친족조직 등의 사회상 역시 실감나게 그려져 있으며, 각종 살림살이와 민구, 의식주 생활, 두레와 같은 농사관행 등에 관한 정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염료 제조법, 옷감의 때와 얼룩을 빼는 갖가지 세탁법 등 한국인 생활의 모든 면모를 지극 상세하게 구성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민속학자인 안동대 임재해 교수가 "「혼불」은 혼례나 장례를 비롯한 민속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민속현상들을 서사적 맥락에 두루 끌어들여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고 경탄하고, 서강대 김열규 명예교수가 "「혼불」은 이 시대가 낳은 민족의 대표적이고도 전형적인 이야기의 불씨로 또 전통성 강한 겨레의 정서의 불씨로 여물어 갈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민속 문화의 면모가 세세히 구현돼 있는 것은 참으로 빼놓을 수 없는 「혼불」만의 매력이다.박물지를 방불케 하는 「혼불」의 방대한 민속자료들은 발표 초기에 소설로서 수준미달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단점으로 지적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크게 다르다. 우리가 대대로 전승해온 풍속의 세계를 최대한 정밀하고 자상하고 아름답게 복원시키는 작업을 통해 한민족의 참된 형체와 정체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소설 장르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한 단계 높은 차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민족지(民族誌, ethnography)적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에 의해 활물화된 「혼불」의 다양한 민족지적 형상들은 역사, 옛이야기, 시문, 사상·신앙, 사회·경제·신분 제도, 의식과 의례, 의식주, 예술(음악·미술), 지리와 지명 등 다양하다.전주대 장미영 교수는 "「혼불」은 다른 소설처럼 서사적 사건 속에 문화적 요소들을 용해시키지 않고 서사성이 파괴될 정도로 문화적 요소 그 자체를 도드라지게 따로 구별하여 재현해 놓은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전남대 장일구 교수도 "「혼불」은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문화지적 정보매체로서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혼불」은 한국인들이 면면이 가꾸어온 세시풍속·관혼상제·음식·노래 등 민속학·인류학적 기록들을 아름다운 모국어와 극채색으로 생생하게 복원해낸 빼어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화 현장의 세세한 구석을 살펴 기술하는 대목들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이는 「혼불」이 문화산업 시대에 걸맞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의 훌륭한 원천자료가 된다는 의미다. 문화산업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문화적 정체성이나 가치관, 세계관의 표상을 창출해내기도 하는 만큼, 이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원형을 복원해내려 애쓴 「혼불」은 한국 문화의 상징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풍부한 원천 자료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혼불」을 쓰기 위해 무수히 많은 문헌과 현장과 전문가와 옛 어른들을 찾아다녔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느낌으로 자료를 찾으러 다녔고, 그런 작가에게 손때 묻은 자료들은 세월의 혼을 담은 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세월에 묻혀 잊혔던 자료들은 "활물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작가에 의해 「혼불」이란 작품으로 되살아난 것이다./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09.12.14 23:02

험난했던 현대사 증언…한승헌 변호사 자서전 출간

"돌이켜보면, 나는 이 세상에서 '주전 멤버'는 아니었다. '어시스트'를 주로 한 셈이었다. 축구로 말하면 득점과 그에 따른 함성은 내 몫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야 할 수비수이기도 했다. 화려한 주역은 아닐지라도, 누군가가 맡고 나서야 할 소중한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서전은 얼마쯤의 역할 자각이 깔린 '세상 도우미의 노래'이자 '수비수의 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한승헌 변호사(75)의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한겨레출판)은 개인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때로는 군사독재정권시대 '시국사건 변호인 1호'로서, 때로는 피고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을 총망라한 증언록이라고 할 수 있다.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증언자로서의 역할을 내세운 것은 "의를 위해 저항하고, 무도하게 탄압받고, 그러면서도 '바른 세상을 향한 열정을 접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변호사 된 자의 소임"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남정현의 소설 「분지」 필화사건부터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사건, 2004년 노무현대통령 탄핵사건까지 한 변호사의 이름이 변호인 혹은 피고인으로 등재돼 있는 사건들은 폭력의 역사이자 아픔의 역사. 고난과 역동의 세월을 돌이켜 보며 그는 음지 속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인간적으로 성숙했으며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음지 체험이 곧 삶의 양지였던 것.책은 '내 삶의 부감도와 학창시절' '시국사건 변호사의 험난한 세월' '1970년대 이 땅의 광기 속에서' '끝없는 고난의 행렬을 따라' '변호사-구속자-실업자-구속자-실업자' '1980년대의 감옥살이, 강단, 법정' '민주·통일을 향한 '사건' 속에서' '감사원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까지' '나 자신으로 돌아와서' 등 총 9부와 에필로그 '그래도 못다 한 말'로 구성됐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한승헌의 사랑방 증언'을 다시 다듬고 가족 이야기와 건강과 신앙, 유머 등을 덧붙였다.진안에서 태어난 한 변호사는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를 졸업했다. 고등고시 제8회 사법과에 합격, 졸업 후 군법무관, 검사로 복무하다가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으며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이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전무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민주회복국민회의 중앙위원,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아 민주화·인권운동에 나섰다.현재는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S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전북대·경원대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09.12.14 23:02

[행사·축제]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문학과 연애를

서울시내 첫 문학 전용 창작촌으로 지난달 문을 연 연희문학창작촌이 개관 후 첫 행사로 겨울문학축제 '연희와 연애하다'를 개최한다. 18-19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연희문학창작촌 입주 작가를 비롯한 여러 문인과 예술인들이 참여해 문학을 매개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18일에는 이시영, 은희경, 권지예, 김경주 등 입주 작가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영상물 '연희의 하루'를 상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문학에서 '서울'의 의미를 살펴보는 문학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에는 문학평론가 김춘식과 조강석, 시인 함성호, 소설가 김미월 씨 등이 발표자로 나서 문학 속 서울의 모습을 살펴보고 도시와 문학의 오랜 관계를 고찰한다. 이어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가 '우리가 사는 도시, 도시를 쓰는 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19일에는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과 문학동아리 청소년, 수능을 마친 수험생 등을 초청해 '청소년을 위한 시낭송회'를 연다. 신달자, 안도현, 신용목, 김이강 등의 시인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브라질 타악기팀 '라퍼커션' 등이 무대에 오르며 고양예고 문창과 학생들의 낭송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연희문학창작촌의 월례 정기낭독회의 첫 순서로 최근 신작을 낸 김명인 시인과 소설가 이기호 씨가 각각 시집 '꽃차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를 번갈아 낭송한다. 이밖에 이원 시인과 비디오 아티스트 임민욱 씨가 선보이는 미디어 텍스트 실험과 정진웅 작가의 아티스트북 전시 '호접'도 만날 수 있다. 참가 신청 및 문의는 연희문학창작촌 운영사무실(☎02-324-4602)로 하면 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11 23:02

'바다향해 걷는 사람들'..이색 詩 낭송회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김영랑 作 '바다로 가자')7일 오후 목포해양경찰서 5층 강당. 김용환 목포해경서장을 비롯해 직원, 전경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능시낭송협회 전남지회 회원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때론 애절한 음색으로 바다 관련 시를 낭송했다. 낭송회 중간마다 목포해경 김성식 경감의 반주에 맞춰 '칠갑산', '목포의 눈물' 등 대금 연주로 흥을 돋웠다. '바다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라는 시 낭송회는 목포해경이 매월 초 여는 '테마가 있는 월례회의'의 이번 달 회의 주제다. 기존 형식적이고 딱딱한 회의에서 벗어나 정서 함양과 한해를 마감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하고자 이번 달은 이색적인 시 낭송회로 회의를 대체하기로 한 것. 낭송회에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한용운), '호수'(문병란),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정일근), '춘향'(김영랑), '저들에 저 들국 다 저불 것소'(김용택) 등 주옥같은 시가 울려 퍼졌다. 제복을 입고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던 경찰관들은 시 낭송이 시작되자 지그시 눈을 감고 '시의 바다'에 풍덩 빠져 버렸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낭송회 시간 만큼은 거친 파도 속 고된 항해의 기억도 모두 사라진 듯 평온해 보였다. 김용환 목포해경서장은 "좋은 시와 음악을 통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는 시심(詩心)을 깨우고, 느끼면서 국민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해양경찰로 의식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08 23:02

올해 독자들, 문학에 위로받았다

올해 서점가에서는 국내 인기 작가들의 문학 작품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특히 팍팍한 삶과 불황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7일 내놓은 '2009 베스트셀러 및 출판 트렌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11월 22일까지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국내문학 책은 21권, 해외문학 책은 20권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문학 13권과 해외문학 12권, 2007년 국내문학 12권과 해외문학 10권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판매량으로도 국내문학은 지난해 대비 40%, 해외문학도 35% 증가했다. 견인차 역할은 인기 작가들이 맡았다. 올해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한 신경숙의 소설 '엄마는 부탁해'는 2008년 11월 출간돼 국내 순문학 단행본으로는 최단 기간인 10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한비야의 새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2위), 고(故) 장영희 교수의 유작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6위), 공지영의 '도가니'(11위)도 여성 '파워' 작가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 네 권을 비롯해 빅뱅의 에세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3위)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이외수의 '청춘불패',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 등 위로와 희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줬다. 해외문학의 인기도 꾸준히 사랑받은 유명 작가들이 이끌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1Q84' 1권은 8월에 출간됐음에도 하반기 성적만으로도 3위를 차지했으며 9월 출간된 2권도 9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은 1권(17위)부터 6권(35위)까지 모두 순위에 들었고 미국 스테프니 메이어의 판타지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완결편 '브레이킹 던'(20위)부터 1권 '트와일라잇'(40위)까지 사랑받았다. '트와일라잇'처럼 영화로 제작, 개봉된 소설 '더 리더', '눈 먼 자들의 도시', '용의자 X의 헌신', '천사와 악마', '백야행' 등도 판매량이 늘어 순위에 들었다. 경영경제서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시들했던 데 반해 늘 비인기 분야였던 인문학 책들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 특히, 독자들은 암울한 현실을 헤쳐나가려는 듯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 심리학 책을 많이 찾았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2.08 23:02
문화섹션